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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제에 이데올로기적 해법이 있을 수 없다는 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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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문제에 이데올로기적 해법이 있을 수 없다는 점 강조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입력 2019-09-19 03:00수정 2019-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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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박경리문학상 심사평-이스마일 카다레의 문학
집단행동 정당화하는 명분보다 개인의 절실함이 더 중요한 진실
서열의식 집착은 집단적 삶의 속성… 이로 인한 분노-광기 어디에나 존재
이스마일 카다레는 알바니아 공산 정권이 무너진 뒤 대통령 후보로 추대됐지만 작품 활동에만 전념했다. 그의 작품은 45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됐다. 토지문화재단 제공
올해 박경리문학상 최종 후보 중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문제를 불가항력적 삶의 요인으로 받아들인 작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데올로기 세계에 삶을 깊이 개입한 작가는 이스마일 카다레(83)였다. 카다레는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동유럽 출신 작가로서 유럽 공산주의의 흥망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공산주의에서 이데올로기는 핵심적 삶의 조건이다. 모든 인간의 삶이 이데올로기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형식이나 언어 표현은 주요한 관심사다. 카다레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20세기 큰 사회적 동력이 되었던 이데올로기의 삶인 동시에, 작은 현실과 큰 이념들의 상호 관계이다.

그의 작품 상당수는 정부로부터 출판 금지를 당했다. 일부 작품은 프랑스에 밀반출돼 출판됐다. 카다레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프랑스어 번역을 통해서다. 그는 1990년 프랑스에 입국해 정치 난민 신청을 하고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이후 그는 알바니아와 프랑스를 수없이 왕래했다. 알바니아에서 탄압을 받았지만, 그가 반공주의 작가인지는 분명치 않다. 작품과 작품에 비친 사상의 중심은 간단히 해명될 수 없다. 그러나 카다레가 인간 문제에 이데올로기적 해결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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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레를 널리 알린 최초의 작품은 ‘죽은 군대의 장군’(1963년)이다. 알바니아에서 전쟁을 치른 외국의 장군이 알바니아와의 협약하에 자국 군 병사의 시신(屍身)을 거두어가는 과정을 다뤘다. 장군은 알바니아인들의 적대감, 침략군의 횡포에 대한 원한, 그리고 장군 자신의 피로감을 알게 되면서 당초에 숭고한 것으로 여긴 사명감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이야기는 집단행동을 정당화하는 명분이나 이론보다 개인의 절실함이 더 중요한 인간적 진실이라는 사실을 짚었다.

카다레는 전쟁이라는 폭력에 대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돌의 연대기’(1971년)는 폭력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찾아낼 수도 있는 삶의 즐거움을 그린다. 이 작품에는 서로 반목하는 집단들이 약속하는 새로운 사회질서에 희망을 건다는 암시가 있다.

하지만 카다레의 작품은 희망의 부실(不實)함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세 편의 중편을 묶은 소설집 ‘광기의 풍토’(2005년)에서 ‘광기’에는 혁명의 열정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교회에 침입해 교회 기물들을 내팽개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의 행동은 대부분 젊음의 광기 또는 삶의 광기의 표현일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서열 의식과 평등과 불평등에 대한 집착은 이념을 막론한 집단적 삶의 속성이다. 이로 인한 질시(嫉視)와 분노와 갈등과 광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프랑스에 밀반출시켜 출판한 ‘아가멤논의 딸’(2003년) 제목은 희랍 비극에서 아가멤논의 딸이 국가적 명분으로 희생됐던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그것은 모든 독재자의 딸도 그 아버지에 의해 희생자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독재 지배하에서 모든 피지배 계층은 같은 희생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독재 체제를 어떤 체제가 대체할 수 있겠는가? 공산독재 체제의 붕괴 이후 유럽의 현실에 미뤄 자유민주주의 체제 또는 자본주의 체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다레는 명료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근대 이전에 알바니아가 보여준 소단위 무장 공동체가 이데올로기 독재 체제보다 낫다고 할 것인가?


● 이스마일 카다레 연표

1936년 알바니아 남부 지로카스트라 출생. 티라나대 언어학·문학 학사
1953년 고등학교 시절 시집 ‘서정시’로 데뷔
1963년 첫 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세계적 작가로 자리매김
1986년 프랑스로 원고를 몰래 내보내기 시작
1990년 프랑스로 망명
2005년 ‘죽은 군대의 장군’으로 제1회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2016년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훈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박경리문학상#이스마일 카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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