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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의 혼란, 오페라로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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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의 혼란, 오페라로 노래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9-18 03:00수정 2019-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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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1945’ 연습 현장
연출가 고선웅의 오페라 데뷔작… 27,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오페라 ‘1945’ 1막 3장 연습 장면. 밑바닥 인생이지만 안정된 삶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 막난(바리톤 이동환)과 위안소 관리자였던 섭섭(메조소프라노 김향은)이 서로에게 이끌리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2017년 국립극단이 공연해 큰 반향을 얻은 배삼식 원작의 연극 ‘1945’가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이 27일 오후 7시 반, 28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연출가 고선웅이 처음 오페라 연출에 데뷔하고 작곡은 최우정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을 찾았다. 만주에서 조선으로 돌아가는 피란민들에게 한글 강습을 열고자 하는 교사 원창과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아내 순남의 2중창이 한창이었다. “이 수렁 속에서, 무거운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요, 당신은 체면을 차려요, 이 아귀 같은 세상에서!”

배경은 만주에 살던 조선인들이 광복을 맞아 고국행 기차를 기다리며 머물렀던 전재민(戰災民) 구제소. 조선인 위안부 분이는 일본인 위안부 미즈코를 언어 장애가 있는 동생으로 속이지만 사실이 탄로 나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창백한 지식인 원창과 현실적인 아내 순남, 눈앞의 사랑에만 집중하는 막난과 섭섭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펼쳐진다.

연습실에서는 한국 오페라 관객의 의식에 켜켜이 쌓인 지층을 귀로 듣는 듯했다. 대한제국 시기에 들어와 일본군과 독립군의 군가에까지 스며든 2박자 창가(唱歌), ‘단조 5음계’의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일본 엔카 음조, 고뇌의 아리아마다 동반되는 후기 낭만주의적인 화성, 공포의 장면을 수놓는 무조(無調) 기법까지, 다중(多重)양식 오페라라 할 만했다. 작곡가인 최 교수는 “시대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늘날 한국인이 아는 음악적 요소들을 삽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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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되는 선한 한국인, 야비한 일본인’ 같은 이분법은 작품에 없다. 모든 주인공이 그 나름의 약점과 인간미를 드러낸다. 오페라 대본도 직접 각색한 배삼식 작가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얼마나 성글 수 있으며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자애로운 슬픔, 즉 ‘자비’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국립합창단이 합창을 맡는다. 분이 역에는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독일 ‘아벤트차이퉁’ 선정 ‘금주의 스타’에 두 차례나 선정된 소프라노 이명주, 선생 원창 역에 베이스바리톤 우경식이 출연한다. 소프라노 김순영 김샤론,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김향은, 테너 이원종 민현기 정제윤, 바리톤 유동직 이동환이 노래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1만∼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국립오페라단#연극 1945#광복#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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