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1조2000억 투자한 P2P…한국서도 유니콘 기업 나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8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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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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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의 한 대출회사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머리글자를 딴 P2P 금융기업 소파이(SoFi)다. P2P금융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개인 대 개인 간의 금융’을 의미한다.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여유자금이 있는 다수의 투자자를 ‘대출’과 ‘투자’의 형태로 연결하는 형태다. 2011년 미국 스탠포드대 등 명문대 학생들의 학자금 개인대출로 시작한 소파이는 현재 기업 가치 43억 달러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국내에서도 소파이와 같은 P2P 유니콘이 탄생하기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다. 핀테크 업계의 숙원이던 P2P 법안이 발의 2년 만인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의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18일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실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안은 △P2P업체에 법적 지위 부여 △금융회사 투자 허용 △자기자본 대출 건당 20%까지 허용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 동안 국내의 P2P대출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통신판매업자이자 모집된 금액을 대출자에게 전달하는 대부업으로 분류됐다. 투자자 보호에 취약성 등으로 성장이 쉽지 않았다. 8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우리는 핀테크 시대로의 도약은 고사하고 출발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도 10여 년 이상 뒤처져 있다”며 P2P금융 제정법 논의를 촉구하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간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14차례 방문해 읍소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법안 통과 직후 “만세”를 외친 것도 이런 장애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ICT 발전으로 등장한 핀테크의 핵심인 P2P 산업이 처음으로 법적 지위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P2P 상품도 기존 금융상품 마찬가지로 법적인 피해 구제책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투자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기존 금융사들의 대체투자 상품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적지 않다. 기존의 금융회사가 P2P업체들을 심사하고 평가한 뒤 투자에 참여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P2P 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 미국에서만 60조 원에 이른다.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 중에선 페이먼트 기업들과 함께 P2P 기업들이 선두를 이끌고 있다. 2005년 글로벌 1호 P2P 기업으로 탄생했던 영국 기업 조파(Zopa)는 2017년 1월 기준 취급액 20억 파운드(약 3조 원)를 달성했다. 2007년 미국에서 창업한 렌딩클럽은 2014년 P2P기업 최초로 상장했으며 현재 기업 가치 11억50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선 8퍼센트, 테라펀딩, 렌딧 등(창업 연월 순)이 P2P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P2P 법제화가 창업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졌지만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100% 개인 신용 대출만 취급하는 렌딧의 누적 대출액도 1853억 원을 기록했다.

공식적인 법제화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일단 입법 절차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고무적이다. 법제화 과정이 완료되면 업계가 목표해온 ‘개인 중금리 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민간의 중금리 대출을 통해 소상공인 진흥을 유도해온 영국 정부의 정책 사례 등으로 비춰 향후 정부 정책과의 연계 가능성도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P2P 관련법은 근본적으로 규제의 성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입법을 오랫동안 촉구해 왔다. 그만큼 신산업으로서 법적 장치가 필요했던 부분이고 이것이 해결된 만큼 관련 분야 창업과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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