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ROTC는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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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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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증 받은 고려대 최유리 씨… 후보생 60명 첫 선발

여성 ROTC로 선발된 고려대 역사교육과 2학년 최유리 씨가 합격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여성 ROTC로 선발된 고려대 역사교육과 2학년 최유리 씨가 합격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보송보송한 피부에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 어제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 큰일이라고 걱정하는 최유리 씨(21)는 영락없는 20대 초반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3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정에서 만난 최 씨는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학군장교(ROTC) 후보생으로 선발됐음을 알리는 합격증을 당당하게 들고 있었다.

“이게 다 제 운명인거죠.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돼 가장 기뻐요.” 고려대 역사교육과 2학년인 최 씨는 ROTC에 지원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씨 아버지는 육군 37사단 헌병대 소속 최재관 준위. ROTC 지원을 놓고 한창 고민할 때 아버지가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고 한다. 내년이면 30년 근속훈장을 받을 정도로 군 생활을 오래한 아버지 덕분에 군대가 낯설지 않다고 했다.

최 씨는 국가정보원에서 해외정보요원으로 일하거나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에 입학해 검도를 시작한 것도 국정원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 그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군인으로서 장기복무를 할지는 차근차근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학군단장님이 복근 만들어 오라고 하시던데요. 체력시험을 준비할 때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오래달리기 모두 1등급을 받을 만큼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어요.” 그래도 겨울방학 때 2주간 기초군사훈련은 걱정된다며 살짝 웃었다. 최 씨는 “군 생활하면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겁내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여성 첫 ROTC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할 순 없잖아요.”

이날 육군은 여성 ROTC 시범적용 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 강원대 명지대 영남대 전남대 충남대 숙명여대 등 7개 대학의 지원자 가운데 60명을 ROTC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앞으로 이들은 학군단에서 2년간의 기초교육과정을 마친 뒤 2013년 첫 여성 ROTC 소위로 임관해 2년 4개월 동안 현역 장교로 복무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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