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때 아들이 기다린건… 내가 아니라 내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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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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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해도 될까” “사줘도 될까” 부모들의 딜레마

지난 주말인 23일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데 세 살배기 아들이 무릎에 올라와서는 노트북 화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밀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34·여)가 ‘우리 아들이 내 갤럭시S를 너무 많이 가지고 놀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진작 알았어야 했다. 퇴근하면 아들은 스마트폰부터 달라고 했다. 아직 한글도 못 읽는 아이가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뒤 ‘뽀로로(만화 캐릭터)’라는 글씨를 아는 것처럼 클릭해 들어갔다. 박 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한정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퇴근하는 부모보다 부모의 스마트폰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어른들의 장난감’인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는 더욱 신기한 장난감이다. 손만 갖다 대면 기기가 기능하는 터치스크린 덕분에 두세 살 유아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다. 조르는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나면 나름대로 편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부모들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부모들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초중고교생들은 아예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스마트폰을 쓰게 해도 될까? 사줘도 될까?

○ “주말엔 2시간 넘게 푹∼”

회사원 김모 씨(42)도 사정은 비슷하다. 집에 가면 아홉 살, 일곱 살 된 두 딸이 애플 아이폰부터 찾는다. 김 씨는 “딸들이 볼링, 야구, 자동차경주 등 게임을 많이 하고 야후 ‘꾸러기 앱’도 좋아한다”며 “주말에는 2시간 넘게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 PC가 학생들의 방에 하나씩 생기면서 청소년들은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야동’을 보기 시작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기기는 작아졌고 더욱 개인화됐다. 그러나 크기만 작아졌지 스마트폰은 결국 하나의 컴퓨터다. PC가 할 수 있는 작업은 거의 다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으로는 아직 본격적인 게임을 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지만 간단한 게임을 하고 각종 동영상을 보며 성(性)적인 앱을 내려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있는 회사원 이모 씨(48)는 아예 회사에서 주는 스마트폰을 거부했다. 자녀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게 될까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스마트폰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스마트폰 사달라고 조르는 학생들

중학생인 김모 군(15)의 부모는 중간고사 성적이 올라가면 ‘플삼(플레이스테이션3)’을 사주기로 최근 김 군과 약속했다. 김 군의 부모는 처음에는 아들이 게임에 빠질까봐 반대했지만 거실에 두고 하루 1시간만 게임을 하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김 군은 중간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지만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플삼보다는 아이폰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김 군은 “아이폰이 플삼보다 비싸지만 전자사전과 각종 학습용 앱을 사용할 수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부모를 설득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폰을 쓰고 있는 그의 아버지는 반대했다. 얼마 전 아이폰의 다운로드 순위표에서 ‘성 체위 앱’ 등 청소년들이 보기에 부적합한 앱을 상당수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실에 놓고 게임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플삼과 달리 아이폰은 항상 휴대할 수 있어 부모가 통제하기도 힘들다. 결국 김 군과 부모는 만족스러운 시험성적표를 앞에 놓고도 말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비싼 기기값과 요금제 때문에 10대들 사이에서까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KT는 청소년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았다. SK텔레콤도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승재 선정중 생활지도 부장은 중고교생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새로운 전자기기를 사용해 영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들 나이에는 통제가 안돼서 역기능이 더 많다”고 말했다.

○ 유아의 스마트폰 사용, 득보다 실이 많아

전문가들은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세 돌 이하 유아에게는 정서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금하고 그 이후에도 유아기에는 꼭 부모와 함께하도록 하며 하루 30분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마음껏 다양한 주변 자극을 즐기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내야 두뇌가 연령에 맞게 적절히 발달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도 “엄마들이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를 ‘베이비시터’용으로 활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기기가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어떤 앱을 선택하는 게 좋은지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감독들 이젠 스마트폰 들고 “레디, 큐!”
▲2010년 10월8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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