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우울증… 교수… “다시 신인가수입니다”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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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기자
김범석 기자
‘빛과 소금’ 멤버 장기호, 12년 만에 솔로로 컴백

“이 노래 좋은데, 신인가수인가 봐요? 열심히 하삼!”

한 인터넷 음악사이트에 게시된 글은 흥미롭지만 애석했다. ‘키오’의 정체를 모르는 10대들이 그를 ‘신인가수’로 규정해버린 것. “세대 간 음악이 얼마나 단절됐으면…”하는 안타까움도 잠시, 정작 키오는 신이 나 있다.

“그걸 노린 거죠! 절 보고 신인가수라니… 나이는 먹었어도 목소리는 아직도 20대 중반이에요.”

실제로 그는 1990년대 초반 ‘샴푸의 요정’으로 인기를 얻었던 남성 그룹 ‘빛과 소금’의 멤버 장기호(45)다. 1986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음악경력 21년째. 그런 그가 자신의 영어이름 ‘키오’란 예명으로 지난달 첫 솔로앨범 ‘샤갈 아웃 오브 타운’을 발표했다. 그는 “좋아하는 샤갈이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콩나물로 음악을 그려 앨범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성식, 한경훈 등과 함께 ‘빛과 소금’을 결성해 ‘샴푸의 요정’을 비롯,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떠난 뒤’, ‘오래된 친구’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1995년 5집 발표 직전 미국 유학을 떠났고 4년 후 귀국한 뒤에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주변 사람들은 다 바뀌어 있었고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빛과 소금’을 알아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2002년 ‘키오스 라디오’, 2004년 ‘장기호 밴드’ 등 프로젝트 음반을 발표했지만 홍보도 전혀 안 됐죠.”

결국 그가 안착한 곳은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직. 그 곳에서 만난 제자들과 함께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 그것이 제 음악 철학입니다. ‘모자이크’하듯 여기저기 음악을 가져다 만들면 귀에 쏙 들어올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도태되지요.”

재즈 풍의 타이틀곡 ‘왜 날’을 비롯해 ‘유 앤드 미’, ‘유 아 뷰티풀’ 등 ‘편안한’ 성인음악을 추구했다. 다만 ‘꿈속에서 봤던 그녀’는 긴장감을 느낄 정도로 복잡 미묘하다.

“미디엄템포 발라드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내 음악이 어렵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나는 다른 음악이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음악 산업이 붕괴됐다 하지만 내겐 비판할 시간도 없어요. 내겐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는 23,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빛과 소금’으로 함께 활동한 박성식 호서대 실용음악과 교수와 다시 뭉칠 생각은 없을까?

“다시 뭉친다면 좋겠죠. 그 전에 성식 씨가 내 솔로 음반을 어떻게 들을지 겁나기도 해요. 워낙 엄격하시니까. 하하. 그래도 ‘오래된 친구’처럼 정말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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