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피플]주한 몽골-베트남대사 ‘한반도 우정’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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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왼쪽)와 팜띠엔번 주한 베트남대사가 14일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대사는 1967년 북한 김일성종합대에 유학해 한방에서 생활했던 동기동창이다. 안철민 기자
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왼쪽)와 팜띠엔번 주한 베트남대사가 14일 동아미디어센터 20층 접견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대사는 1967년 북한 김일성종합대에 유학해 한방에서 생활했던 동기동창이다. 안철민 기자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금방 허물없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러나 14일 오후 동아일보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58) 주한 몽골대사와 팜띠엔번(56) 주한 베트남대사는 마치 형님 아우 같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은 1967년 북한의 최고 명문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동문이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우리는 67년 동기동창이다”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두 살 아래인 팜띠엔번 대사에게 미소를 보냈다.》

서울에는 두 사람 말고도 김일성대 출신 대사가 한 명 더 있다. 올해 말 이임하는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다. 리 대사의 후임으로 내정된 닝푸쿠이(寧賦魁) 대사도 김일성대를 졸업했지만 우르진룬데브 대사와 팜띠엔번 대사는 남다르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 김일성대 조선어문학부에 입학한 유학생일 뿐 아니라 한 방을 사용한 룸메이트다.

○ 김일성주석 기숙사 두차례 방문

농담을 던져 봤다. “그 시절 남한에서는 나이 어린 기숙 학생이 종종 ‘선배’들 양말도 빨아 줬다고 하는데 두 분은 어땠습니까.”

‘후배’인 팜띠엔번 대사는 웃으면서 “우리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장래를 위해 많은 청년을 해외로 유학 보냈다. 한 5만 명쯤 됐을까…. 정부에서 유학 갈 나라를 지정해서 보냈다. 당시 북한 정부는 베트남 유학생들을 특별히 배려했다.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 유학생들의 기숙사를 두 번이나 방문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팜띠엔번 대사는 훗날 1980년대 평양 주재 대사관에 근무할 때도 기숙사 주변을 지날 때면 감회가 새로웠다고 덧붙였다.

우르진룬데브 대사가 거들었다. “우리 같은 경우는 없었지. 우리도 그때 베트남을 지원하고 있었으니까. 기숙사에서 탁구도 치고 파티도 하고…. 그때는 북한도 괜찮았다.”

기숙사 한 방에 세 명이 있었는데 북한은 ‘북조선 학생’ 한 명이 유학생들과 함께 지내도록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그래서 한국말을 배우기가 더 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의 이후 외교관 생활도 남북한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선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남북한에서 다같이 대사를 지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북한에서 대사를 지냈다. 1991년 한국과 몽골이 수교를 하면서 그는 초대 한국 주재 몽골대사로 부임했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이후 2000년까지 쭉 주한 대사를 지냈고 그뒤 1년간 잠시 본국에 돌아갔다 다시 서울로 나왔다. 1989년부터 3년을 제외하고는 18년간을 남북한에서 대사로 지낸 것이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사로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올해 3월 부임한 팜띠엔번 대사는 베트남 외교부의 최고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대에서 유학한 뒤 10여년을 남북한을 오가며 살았다.

그만큼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그뿐만 아니라 부인, 자녀 모두가 ‘한반도 외교 가족’이다.

부인인 주엉티중(56) 여사는 팜띠엔번 대사와 고등학교 동기로 1967년 함께 북한에서 유학했다. 주엉티중 여사는 현재 베트남 공산당 아시아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아들 셋은 모두 한국의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유학했다. 장남인 흐엉(30) 씨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뒤 현재 평양 주재 베트남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한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대사로, 맏아들은 평양에서 서기관으로, 부인은 베트남에서 남편과 아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평양에 있는 아들하고는 연락을 하느냐”고 물어 봤다. 팜띠엔번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대북전력지원 제안 北수용 의문”

보기 드문 두 남북한 전문가들에게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0만 kW 대북 전력지원 방안에 대한 ‘소감’을 물어 봤다. 과연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팜띠엔번 대사는 “북한 분들도 깊이 검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현 시점에서 수용할 만한 여건이 돼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정리=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우르진룬데브 몽골대사

△1967∼1971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1971∼1979 몽골 외무부 및 해외대표부

△1984∼1989 북한 주재 몽골대사

△1989∼1991 몽골 외무부 총무국 국장 겸

외무부 당위원회 위원장

△1991∼1997 주한 몽골대사(초대)

△1998∼2000 주한 몽골대사

△2000∼2001 몽골 외무부 정책기획실장

△2001년 10월 11일∼현재 주한 몽골대사

■ 팜띠엔번 베트남대사

△1967∼1971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

△1973∼1976 북한 주재 베트남대사관

△1976∼1980 외무부 아시아1국 근무

△1980∼1983 북한 주재 베트남대사관 사무관

△1989∼1992 북한 주재 베트남대사관 2등 서기관

△1996∼1998 베트남 외무부 아시아1국 부국장

△1999∼2002 주한 베트남대사관 공사

△2005년 베트남 외무부 국장

△2005년 4월 7일 주한 베트남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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