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바이든 비리 조사하라고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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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이어 ‘우크라 스캔들’… 美대선 새로운 뇌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내부고발이 공개되면서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이후 다시 외국과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것. 내년 미 대선에 새로운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차남 헌터(49)에 대한 비리를 조사하라는 요구를 8번가량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바이든 부자(父子) 의혹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헌터는 2014년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가스회사 ‘부리스마 홀딩스’ 이사로 임명됐다. 당시 미 부통령 아들이 이 회사 임원으로 활동하는 게 윤리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6년 초 우크라이나 검찰이 이 회사에 대한 부패 의혹 수사에 들어가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언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시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10억 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며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해임됐지만, 바이든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자신의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협력하라고 촉구했으며, 줄리아니 전 시장은 8월 3일 젤렌스키 대통령 보좌관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났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문제를 검토 중이었다. WP는 “군사 원조를 빌미로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정보기관 직원의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7월 통화 당시 백악관에 재직했던 이 직원은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부적절한 요구와 약속을 했다”며 지난달 12일 국가정보국 감찰실에 고발했다. 그러나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이 이를 의회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자 논란이 확산됐다.

이번 폭로는 2020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겠지만 이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측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역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교정책을 이용하고 국가안보를 약화시켰다는 점에서 혐오스럽다”며 발끈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백악관과 국무부를 상대로 두 정상 간 통화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많은 지도자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언제나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부고발자를 향해 “당파적인 고발자”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도 ‘압박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자칫 미국 내 문제로 불이익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반응이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외교장관은 21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당시 정상 간) 대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알고 있다. 압력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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