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끝나자마자 세션스 해임… 러 스캔들 방어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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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대선승리 일등공신인 세션스
러 스캔들 수사지휘 거부로 미운털… 트럼프, 선거 다음날 해임 지시
장관대행에 충성파 휘터커 임명… 민주 “조사 끝내려는 뻔뻔한 시도”
민주 하원장악으로 특검 탄력받자 트럼프 “나를 조사하면 전투태세”

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위쪽)이 워싱턴에 있는 법무부 건물 앞에서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세션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공식 사임서의 첫째 줄에는 “‘대통령의 요청으로(At your request)’ 물러난다”고 적혀 있다. 자발적 사임이 아니라 경질됐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위쪽)이 워싱턴에 있는 법무부 건물 앞에서 직원들에게 고별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세션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공식 사임서의 첫째 줄에는 “‘대통령의 요청으로(At your request)’ 물러난다”고 적혀 있다. 자발적 사임이 아니라 경질됐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워싱턴=AP 뉴시스
11·6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와 공모해 민주당 정보를 빼냈다는 스캔들) 총력 방어에 나섰다. 8년 만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러시아 스캔들로 자신을 옥죄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 사회기반시설, 무역, 의약품 가격 인하 등을 국민에게 계속 제공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 바란다”며 민주당에 협치를 당부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축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민주당이 자신을 조사하면 “전투태세(warlike posture)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들(민주당)이 (우리를 조사하는)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걸 더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상원’이라고 불리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자신과 행정부를 겨냥한 무리한 조사를 한다면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공화당이 지배력을 강화한 상원이 이를 막을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바쁜 하루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에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해임 소식을 트위터로 알렸다. 트럼프의 ‘충신’으로 통했던 세션스 장관은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지휘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졌다.

세션스 해임 소식에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하원의장 1순위 후보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끝내려는 뻔뻔한 시도(blatant attempt)”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를) 감독해야 할 헌법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러시아 스캔들 조사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했지만 소수당이라 제대로 공세를 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하원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보위원회, 법사위원회, 정부개혁위원회 등 핵심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확보한 민주당은 행정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조사권과 증인을 불러 신문할 수 있는 소환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휘하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뮬러 특검은 현재까지 관련자 130여 명을 신문했으며 트럼프 측근 30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트럼프 개인변호사였다가 관계가 틀어진 마이클 코언과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선대본부장 등 트럼프 최측근들로부터 러시아 대선 개입의 유리한 증언을 확보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파’인 매슈 휘터커 현 법무장관 비서실장을 법무장관 대행으로 임명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CNN 법률분석가로도 활동했던 휘터커 대행은 법률 잡지에 ‘뮬러 특검을 해고해야 한다’는 주제로 수차례 기고하는 등 특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세션스 장관 해고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개표 집계가 끝나자마자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세션스 장관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켈리 실장은 7일 아침 세션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등에게도 켈리 비서실장을 시켜 해임 사실을 전화로 알리도록 했다.

또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에게는 트위터를 통해 해고를 통보하는가 하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TV 뉴스를 통해 자신이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 오랫동안 행정부를 위해 일했던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간적이다 못해 무자비한 해고 통보 방식은 그동안 많은 논란이 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큰 폭의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 켈리 비서실장,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경질 우선순위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트럼프#세션스 해임#러 스캔들 방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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