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계란… 소비 뚝, 산지價 25%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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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정부 전수조사 못믿어… 일부 마트 매출 80% 곤두박질
대형마트 3社 일제히 값 인하… 추석 전까지 더 떨어질 가능성

“정부 검사를 통과했다고 해도 께름칙한 건 마찬가지죠.”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앞에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쓰인 입간판을 보면서도 주부 홍영선 씨(34·서울 강남구)는 결국 장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고 돌아섰다.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계란 소비가 반 토막 나면서 도매가격이 25% 가까이 폭락했다. 유통업체들도 계란 판매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정부 조사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전수조사 결과 발표 후에도 시중에 유통된 계란 중에 ‘살충제 계란이 남아 있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23일 계란 소비자가격을 인하했다. 이마트는 전날까지 6980원이었던 이마트의 대표 계란상품인 알찬란(대란) 30구(한 판)의 소비자가를 이날 6480원으로 500원 내렸다. 홈플러스는 한 판에 7990원에 팔던 계란을 6980원으로 1010원 내렸다. 롯데마트도 6980원이었던 계란 한 판을 600원 낮은 6380원에 내놓았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계란 한 판 가격도 7130원에서 6500∼6800원으로 낮춰 판매할 계획이다.

대형마트는 평소 매주 한 차례씩 가격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산지 도매가격이 요동치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격도 하루 단위로 변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때도 하루 만에 계란 판매가격이 바뀌기도 했다.

계란 가격 인하를 놓고 대형마트끼리 ‘눈치 보기 작전’을 벌이는 양상도 나타났다. 이마트는 당초 계란 한 판 가격을 100원 내리기로 했다가 500원까지 인하 폭을 넓혔다. 홈플러스는 22일까지 가격 동결을 고집하다 23일 영업 개시 몇 시간 전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당초 200원 인하로 가닥을 잡았다가 22일 오전에 추가로 400원을 더 내린다고 정정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계란 도매가격은 11일 개당 169원에서 18일 147원, 22일 127원까지 떨어졌다. 19일 만에 24.9%가 폭락한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 인하 폭은 10% 안팎에 불과해 ‘찔끔 인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도매가와 소비자가가 곧바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가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계란 소비가 다시 살아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계란 판매가 재개된 16일부터 22일까지 이마트 전국 점포의 계란 매출은 2주 전에 비해 평균 43.2% 감소했다. 다른 대형마트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형마트는 한때 계란 매출이 평소의 20%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재 계란 가격은 평년 대비 30% 넘게 비싼 편이다. AI 사태 이후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이번 인하 폭이 그보다는 작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계란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 명절 2주 전까지는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진희 농협유통 축산 담당 MD(상품기획자)는 “수요 감소로 가격 하락 요인은 있지만 여전히 계란 가격은 평년 수준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계란 소비가 어느 선까지 회복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소비자 불신이 예상보다 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계란#매출#살충제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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