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제재, 시작일뿐”… 中 “美, 송곳니 드러냈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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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론]‘中의 지재권 침해조사 지시’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14일(현지 시간) 조사를 지시하자 중국 정부도 즉각 “좌시하지 않고 모든 조치로 권익을 지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 압박 수단으로 써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전날 서둘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방침을 발표한 중국은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는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 효과까지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 상무부가 신속하게 북한 석탄 등 금수 조치를 발표했지만 미국은 그 정도 조치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미국이 북핵 완성 초읽기 단계에서 최후의 외교적 압박 카드를 빼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정명령 서명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공유와 핵심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를 했는지 1년가량 조사할 예정이다.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트럼프 정부는 무역법상의 ‘슈퍼 301조’를 적용해 중국 수입 제품에 고율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 제한, 수입 전면 금지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미 재무부도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 단체 등을 제재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경제 압박은 전방위로 진행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연간 6000억 달러(약 684조 원) 안팎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송곳니를 드러냈다”며 (미국의) 제재가 표적(중국)의 보복을 부를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중국이 우선 타격을 입겠지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산업계, 저렴한 중국 제품 덕분에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수많은 미국 가정들 역시 곧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징(新京)보도 “미국 무역 상황만 더 엉망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묘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악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USTR의 조사를 곧바로 양측의 무역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조사와 경제 보복을 강행할 경우 사실상 양국 간 ‘경제 핵전쟁’이 벌어지는 것이어서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카드로만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사가 북한 문제 관련 미중 협력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관련(북한) 문제에서는 미국과 상호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미중 관계와 한반도 전문가인 청샤오허(成曉河) 런민(人民)대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12일 통화 이후 이틀 만에 중국이 북한 물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놓았고 이어 북한이 사실상 괌 포위 사격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을 소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 교수는 “수입 금지 조치는 미국에 보내는 신호이자 북한에 ‘괌 포위 사격’ 문제에서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압박의 메시지였다”며 “미국의 지재권 조사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의 이런 협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들도 무역전쟁은 피하려는 모양새다. 신화통신도 다른 기사에서 “미국이 바로 구체적인 조사를 개시한다거나 중국을 겨냥해 제재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중국은 ‘양보와 강하지 않은 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중국 당국자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중국 당국자는 “아무도 미국과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미국의 대중 위협에 기초한 북핵 협력’도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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