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소추 앞둔 박 대통령, 국민과 싸워 이길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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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국회의장들을 비롯해 17명의 정치 및 사회 원로들이 어제 모임을 갖고 당면한 국가 위기와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한 제안들을 내놓았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 선언을 한 뒤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해 내년 4월까지 하야할 것과, 여야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을 제안했다. 또한 국회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박 대통령은 새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겨야 하며, 현 위기의 중대한 요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으므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지금의 시국을 오죽 불안하고 답답하게 여겼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 일선을 떠난 원로들이 나섰을지 이해가 간다. 이런 제안대로 된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국회 추천의 국무총리를 세우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문제는 한때 논의됐으나 야당과 박 대통령 간 인식의 차이, 그리고 야당의 거부로 이미 물 건너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퇴진할 뜻이 있었다면 현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헌은 필요성이 인정되나 탄핵과 맞물리면서 추동력이 떨어졌다.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선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 3당은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을 30일 모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달 2일 표결에 부칠지, 아니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표결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야당 일각에서는 2일 표결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중요한 문제를 여당을 빼놓고 야당끼리만 논의한다는 것은 유감이다. 야당이 아무리 강력하게 탄핵을 추진해도 새누리당에서 28명 이상의 의원이 동조하지 않으면 가결은 불가능하다. 탄핵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소추를 당하는 대통령이 된다.

 박 대통령은 이달 4일 2차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23일이 지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 사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4차례의 촛불시위가 있었다. 26일의 5차 촛불집회는 첫눈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만 150만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27만 명),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촛불집회 때마다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끝나고 나면 늘 꿀 먹은 벙어리였다.

 검찰에 의해 범죄 혐의자로 입건된 데다 조만간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탄핵#박근혜#탄핵소추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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