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취업준비생들의 2가지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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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취업비자 할당량 적고, 월세 치솟아… 외교지원은 감감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입사를 목표로 삼는 취업준비생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 ‘비자’와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이다.

201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는 김준식 씨(31)는 한국인의 미국 기업 취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비자 문제를 꼽았다. 김 씨는 “미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인을 뽑으면 비자 지원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미국인보다 법무비용 등이 더 든다”며 “같은 실력이면 미국인을 뽑는다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 입사자들이 대부분 미국 대학 졸업생인 것도 비자 때문이다. 김 씨는 “미국 학교를 다니면 졸업 이후에도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유학생이 졸업 후 1년간 미국 체류를 허락하는 제도)가 발급된다”며 “미국 대학을 다니지 않으면 구직 단계부터 미국 체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취업을 해도 비자 문제는 여전히 한국인을 따라다닌다. 미국 취업자는 3년 체류가 가능한 전문취업비자(H-1B)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통상 8만5000여 명을 선발하는 이 비자 쿼터에 전 세계에서 미국 기업에 취업한 15만 명 이상이 지원한다. 2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 무작위 추첨으로 운명이 결정된다.

인도 출신이 전체 H-1B 비자 중에서 70% 정도를 획득한다. 한국은 전체 중 약 3% 수준인 2500개 내외를 가져간다. 2010년 이후 한국이 획득하는 H-1B 비자 건수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필성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차장은 “구글, 애플 등 대기업은 자사에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며 “심지어 비자 획득이 편한 해외 지사로 발령을 냈다가 다시 미국 본사로 불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얼마나 미국 기업에 필요한 인재냐에 따라 비자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높은 물가, 그중에서도 매년 뛰는 집값 문제다. 미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인테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내 집값은 2010년 이후 거의 매년 10%씩 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방 하나짜리 아파트를 빌리려면 매달 2500∼3000달러(약 292만∼351만 원)를 내야 한다. 취업준비생이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일정 기간 구직활동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트위터에서 일하는 김창옥 씨(31)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매년 연봉을 올려주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뛰는 집값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 젊은이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늘리려면 한국인에 대한 비자 쿼터를 늘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외교와 주거비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실리콘밸리#비자#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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