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장사 밑천”… 점포없이 막창 팔아 월 4000만원 매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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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2>김천 황금시장 위창효 씨

경북 김천시 황금시장 상인회 앞 공터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수요마켓이 열린다. 월 4000만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청년 상인 위창효 씨는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장사 밑천’이라고 말했다. 김천=장승윤  기자
경북 김천시 황금시장 상인회 앞 공터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수요마켓이 열린다. 월 4000만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청년 상인 위창효 씨는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장사 밑천’이라고 말했다. 김천=장승윤 기자
‘경기 수원으로 배달되죠? 불막창 2인분하고 불닭갈비 2인분 주문합니다.’

‘가격도 깎아 주시고 감사합니다. 오돌뼈가 큼직하니 씹을 게 있어 완전 잘 먹었어요.’

14일 경북 김천시 황금시장 청년수요마켓에서 만난 청년 상인 위창효 씨(37)는 대뜸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의 카카오톡 화면은 제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보낸 새 메시지로 가득했다. 그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에도 맛있다는 후기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위 씨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죠? 이게 제 장사 밑천입니다”라며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위 씨는 경북 구미시에서 조리된 막창과 닭발, 닭갈비 등을 판매하는 업체인 ‘위가푸드(위가막창)’를 운영하고 있다. 수요일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김천 황금시장 청년수요마켓 가판대에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지만 식당 점포는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조리와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매장을 두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주 고객은 그가 운영하는 카카오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위 씨가 온라인을 통해 올리는 매출은 하루 평균 100만∼150만 원, 월평균 4000만 원 이상이다.

○ 장사하고 싶어 대기업 포기


위 씨의 상인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그의 첫 직장은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계열사였다. 그런 그가 2010년 가을 가족들에게 “장사를 시작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소재부품기업인 LG이노텍에서 기능직으로 일한 지 8년째 되던 해였다. 그는 회사 틀 안에 갇혀 산다는 느낌이 들어 회의감이 컸다고 한다.

장사를 시작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위 씨의 결심을 뜯어말렸다. 아내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는 딸이 태어난 지 7개월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위 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사업을 계획했지만 아버지가 아프다는 이유로,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번번이 사업을 미뤘던 터라 이번에도 미루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들이 알게 되긴 했지만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남몰래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3교대 근무 중 쉬는 시간을 쪼개 대구의 막창골목을 찾아가 막창요리 맛을 내는 노하우를 배웠다. 음식 장사에서 청결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막창을 유통하는 공장들을 찾아 전국 곳곳을 다녔다. 그가 찾아다닌 공장만 30곳이 넘는다. 막창 손질법을 배울 때는 찾아오지 말라는 막창 유통공장 사장을 붙들고 “공짜로 일할 테니 막창 손질법을 볼 수라도 있게 해 달라”고 졸라 하루 7시간 이상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하기도 했다. 그렇게 막창 장사 기본을 다듬은 그는 손님을 응대하는 법을 배우겠다며 붕어빵 노점상까지 경험한 뒤 2011년 5월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 처음 위가막창을 열었다.

○ 장사 밑천 SNS

준비를 철저히 한 만큼 위가막창은 개업 이후 맛집으로 소문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2년 구미공단에서 ‘불산 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손님이 뚝 끊겨 버렸다. 위 씨는 이때 과감히 식당 점포를 정리했다. 이후 바로 온라인 중심으로 장사 무게 추를 옮겼다. 막창 장사에서 유독 포장 손님이 많다는 경험이 그의 결심을 뒷받침했다. 그는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대부분 이용하는 카카오톡을 주목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를 눈여겨봤다. 카카오스토리에 중점을 둔 위 씨의 온라인 판매는 이렇게 시작됐다.

위 씨의 주 고객층은 외식을 하기 힘든 어린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다. 외식을 하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자녀가 어려 밖으로 나서기 힘든 사람들을 공략한 것이다. 위 씨는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카카오스토리로 엄마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위 씨가 운영하는 카카오스토리 참여자는 21일을 기준으로 5197명에 이른다. 위 씨는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제품 구매 이벤트를 알리고 우리 제품이 얼마나 안전하고 좋은 식품인지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특유의 전파력 덕분에 위 씨의 막창을 찾는 손님은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위 씨의 이런 장사 노하우는 김천 황금시장에서 청년 상인들에게 온라인 판매 노하우를 가르치는 컨설턴트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위 씨는 “한번은 컨설턴트가 온라인 판매법을 배우러 온 다른 참가자들에게 ‘그동안 설명했던 새로운 장사 사례가 대부분 위 씨의 장사 기법과 비슷하니 잘 배우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위 씨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조만간 경북 칠곡군에 위가막창 프랜차이즈점을 낼 계획이다. 막창 등 원재료는 납품해 주되 점주에게 가맹비나 인테리어비, 교육비 등은 일절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소자본으로 점주들이 가게를 내게 한 뒤 위가막창을 널리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위 씨는 “좋은 음식을 싼값에 대접하며 가맹점주와 상생하고 싶다”고 말했다.  
▼ 장터엔 활기, 청년에겐 일자리… “판매노하우 배움터” ▼

매주 수요일 열리는 ‘청년마켓’

황금시장 상인회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만든 청년수요마켓에서 청년 상인 정소현 씨(오른쪽)가 손님에게 유아용 내복을 판매하고 있다. 김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황금시장 상인회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만든 청년수요마켓에서 청년 상인 정소현 씨(오른쪽)가 손님에게 유아용 내복을 판매하고 있다. 김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경북 김천시 황금시장을 찾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청년 상인들의 왁자지껄한 흥정소리를 들을 수 있다. 20, 30대 상인들을 주축으로 수요일마다 열리는 장터인 ‘청년수요마켓’에서 들리는 소리다. 이 자리는 황금시장 상인회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청년 상인들로 황금시장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올해 4월부터 공동으로 마련했다. 기존 전통시장은 주로 50대 이상의 상인들로 구성돼 있다는 아쉬움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또 전통시장에는 젊은층이 찾는 물건이 적다는 지적도 이 기획을 뒷받침했다.

청년마켓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황금시장 상인회 앞 공터에서 열린다. 이곳에서 20명 이상의 청년 상인이 아동 의류, 수제 액세서리, 다문화 먹거리, 더치커피 등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팔고 있다. 청년 상인들이 사용하는 판매대는 상인회에서 무상으로 제공했다. 상인회와 사업단은 청년마켓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장터 근처에 벽화골목을 만들었으며 시장 아케이드 천장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도 설치했다.

상인회와 사업단은 청년마켓에 입점할 청년 상인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고 있다. 단순히 젊은 상인을 채우는 것에 급급한 게 아니라 시장 경쟁력을 올려줄 상인을 찾기 때문이다. 먹거리를 판매하려는 상인은 당국으로부터 발급받은 위생증과 허가증을 제시해야 하며 서류 제출 이후에도 사업단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또 상인회와 사업단은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중복된 물품을 파는 지원자는 입점 상인으로 허가해주지 않는다. 지원자의 연령은 40대 이하로 제한한다. 상인회와 사업단은 청년마켓에 총 7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월 2500명의 신규 고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청년마켓에 참여하는 청년 상인들의 만족감도 기대 이상이다. 청년마켓에서 가장 바쁜 사장 중 한 명인 정소현 씨(32·여)는 이곳에서 원숭이 무늬가 그려진 유아용 내복 등을 팔고 있다. 정 씨는 황금시장 인근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유아용 내복을 파는 젊은 사업가다. 정 씨는 결혼 전 쇼핑몰 직원이었지만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둘째 출산 이후 찾아온 쪼들리는 가정형편을 극복하기 위해 창업에 나섰고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한 달 평균 400만∼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상인회와 사업단이 만든 청년마켓의 취지에 공감해 기꺼이 오프라인 판매대로 나왔다. 정 씨는 “또래의 젊은 상인들과 함께 호흡하며 장사를 하고 있다”며 “미처 몰랐던 판매 방식도 배우는 등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김천=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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