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치료제, 환자 면역력 높여줘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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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바이러스 치료와 진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무섭다는 얘기가 많지만 사실 바이러스 치료제나 백신 자체가 흔치 않은 편입니다.”

잊을 만하면 속속 생기는 신종 감염질환. 이번에 메르스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메르스는 원래 박쥐의 몸속에 사는데 이것이 낙타에게 옮겨졌다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람에게 처음 발견됐다. 메르스가 신종 바이러스이다 보니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실제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 종류가 많지 않다.

한 전문가는 “한 번 유행하고 난 뒤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몰라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더디게 한다”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백신 개발이 지금까지 안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가 왕관(코로나)처럼 보이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DB
메르스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바이러스 표면의 돌기가 왕관(코로나)처럼 보이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동아일보 DB
○ 메르스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왜 어렵나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만들기 어려운 것은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 침투한 뒤 그곳에 있는 각종 단백질과 세포 소기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세포 속에 숨은 바이러스만 골라내 퇴치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치료제 개발이 어려우면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백신 개발 역시 쉽지 않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로 알려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유전자 변이가 심한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최소 1000배 더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보다는 유전자 변이가 적지만 다른 RNA 바이러스에 비해서는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메르스에 사용되는 간염 치료제

그렇다고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제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C형 간염 치료법으로 알려진 ‘리바비린’과 ‘인터페론요법’이 국내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인터페론요법은 면역력을 높여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더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게 해준다. 또 리바비린은 세포 복제를 방해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준다. 리바비린은 특히 메르스의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외피막이 있는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활발하게 성장 중인 태아가 있는 임신부에게는 리바비린은 물론이고 인터페론요법 또한 사용을 엄중히 제한하고 있다. 임신부의 면역력을 높일 경우 임신부의 면역체계가 태아를 공격할 위험이 있고, 리바비린은 태아의 발달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완치된 환자의 혈장 속에 있는 항체를 수혈하는 혈장치료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는 항체를 넣어줌으로써 환자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33세 미국인 의사에게 완치된 환자의 피를 수혈해 상태를 호전시킨 사례가 있다.

○ 획기적인 진단법 최근에 소개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빠른 진단법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할아버지 병문안 중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성남시 7세 남아의 경우 검사 결과가 계속 엇갈려 빠르면서도 정확한 진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은 15분 만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유명 학술지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8일자에 발표했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 속에 포함된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을 때만 당을 분해하도록 만든 효소와 섞고, 이당류(젖당, 과당 등) 시럽에 넣어 포도당이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을 경우 효소가 작동해 이당류가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포도당은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당측정기로 측정하면 된다. 현재 메르스를 진단하는 데는 단백질 분석법과 유전자 분석법 등이 쓰이고 있지만 단백질 분석법은 정확도가 낮고, 유전자 분석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새로운 진단법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단백질 검사보다 정확할 뿐만 아니라 15분 내외로 확인이 가능해 검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C형 간염#치료제#면역력#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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