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참사 두 달 만에 시작된 정치권 로비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6일 03시 00분


한국해운조합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내부 문건을 최근 검찰이 확보했다. 특정 국회의원의 이름과 지역구가 적힌 이 문건을 해운조합이 대외비로 분류한 것만 봐도 뒷거래의 냄새가 난다. 정치권 로비의 단서가 확보된 만큼 이제 검찰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유착 비리의 전모를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해운업계의 정치권 로비는 오래전부터 집요하게 이뤄졌다. 선박 안전 관리를 맡고 있는 해운조합 대신 해양안전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법안이 2011년 발의됐으나 일부 의원들과 해양수산부의 반대로 폐기됐다. 해운업계의 로비가 먹혀든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운조합의 엉터리 화물 적재량 점검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고쳐 여객선 선령(船齡)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준 경위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운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승용차에 보관하고 있던 현금 2000만 원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박 의원의 운전사 김모 씨는 현금 2000만 원이 든 서류가방을 “박 의원의 불법정치자금”이라고 검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돈의 출처와 성격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해운조합은 여객선사의 이익단체로, 여기에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맡긴 것 자체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출신이다. 이들이 정치권 로비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현 이사장은 출국금지 됐고, 직전 이사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선주협회도 2009년 이후 국회의원들의 외유(外遊) 비용을 지원하며 정치권 로비를 해왔다. 3월 해운업계 금융지원을 요구한 ‘해양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지원 촉구 결의안’을 비롯해 일부 법안이 로비의 대가성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2명의 실종자를 어두운 바닷속에 남겨둔 채 세월호 참사는 두 달을 맞았다. 해운업계와 정치권의 유착 비리를 뿌리 뽑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세월호#해운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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