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 싸고 올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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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4주년 반쪽 기념식… DJ-盧 정부땐 참석자 모두 제창
2009년부터 합창단 노래로 대체… 새정치聯도 정부행사 참석 않기로

김종률 씨가 1982년 작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 악보. 김 씨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아카이브)이 문을 열면 원본 악보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종률 씨가 1982년 작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 악보. 김 씨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아카이브)이 문을 열면 원본 악보를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올해로 34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결국 파행을 빚게 됐다. 국가보훈처와 5월 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놓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5월 단체가 5·18 기념식 불참을 선언하면서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노래가 5·18을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 때 희생된 윤상원 씨(당시 30세)와 1978년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박기순 씨(당시 23세)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 씨(56·제이알미디어 대표)가 곡을 쓰고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씨의 시 ‘묏비나리’를 빌려 가사를 만들었다. 그 후 이 노래는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다.

‘임을 위한…’은 그동안 5·18 기념식에서 꾸준히 불려왔다.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뒤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그러나 2009년부터 합창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을 위한…’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국가보훈처는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다 최근 “기념곡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가 기념식 행사에서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 아닌 노래는 제창이 아닌 합창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5·18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자회 등 5·18 관련 단체들은 정부 주관 기념식 ‘보이콧’을 결정했다.

‘임을 위한…’의 작곡가 김종률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노래는 그동안 5·18을 상징하는 곡이었다. 군부 정권의 탄압에도 끈질기게 불려왔던 노래를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막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의 제창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정부 주관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그 대신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의 참배 행사를 열기로 했다.

광주=정승호 shjund@donga.com / 배혜림 기자
#5.18#김대중#노무현#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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