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피아-철밥통 추방”… 공직사회 대수술 회오리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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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朴대통령 사과]
‘국가개조’ 수준 시스템 개혁 강조

유가족 호소 듣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 유족들은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입니다” “대통령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안산=청와대사진기자단
유가족 호소 듣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유족들의 호소를 듣고 있다. 유족들은 “내 새끼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자식입니다” “대통령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세요”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안산=청와대사진기자단
“관료사회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인 폐단)를 확실히 드러내 해결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발언의 핵심이다.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한 조건부 사표 수리로 촉발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이어 정부 조직까지 뜯어고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의 칼날이 고질적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관료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다.

○ “관료사회 적폐 도려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직사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공직사회의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관료사회가 폐쇄적 채용구조 속에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객선의 안전관리와 선박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 유관기관의 주요 자리를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가 독차지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잉태됐다. 원전 비리에서도,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도 ‘관(官)피아(관료 마피아)’ 문제가 예외 없이 드러났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소수 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사슬구조를 쇄신하지 않으면 점점 더 고착화되고 비정상을 증폭시킬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어 “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문제의식은 순환 보직 시스템으로 인한 일반 관료의 전문성 부족이다. 전문성이 없는 고위 관료들이 컨트롤타워를 맡을 때 어떤 혼선이 빚어지는지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임용 방식과 보직 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관료사회 개혁을 새로운 승부수로 던진 것은 이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며 “공무원 모두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고 모든 것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라”고 말했다.

○ 국가안전처 신설의 의미


박 대통령은 정부 조직 개편 카드를 꺼냈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이번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총리실이 관장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관료사회의 ‘갑’인 안전행정부의 실질적 해체를 의미한다. 소방방재청의 방재 기능도 안전처로 옮겨갈 수 있다. 정부 조직을 흔들어 부처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얘기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기존 공무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조직 자체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순환 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 채용까지 고려해 (안전처를) 재난안전 전문가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외부 수혈을 통해 공직사회의 카르텔을 깨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각자 국민과 국가를 위해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기 내각의 출범에 앞서 정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댄 박 대통령이 관료사회의 폐쇄성과 저항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세월호 참사#박근혜 대통령#국가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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