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회의 땅]12억 시장 뜬다… 한국기업, 미래를 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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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40년 넘은 이웃… 자동차·철강 등 전방위 진출 박차

인도는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12억 인구의 높은 구매력과 성장잠재력은 더운 날씨와 생경한 문화 환경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실제 글로벌 경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로 향하는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2000년 초반 인도는 브릭스(BRICs)로 브라질, 러시아, 중국과 함께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다. 1991년 이후 적극적인 개방과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매년 6% 이상 경제 성장을 지속한 인도는 오늘날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을 이을 차세대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글로벌 경제연구소들은 인도가 경제 규모에서 2025년경 일본을 추월하고 2040년대에는 미국을 앞질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의 땅’ 인도

한국 기업들이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12억 명(세계 2위)에 이르는 인구, 광활한 국토(세계 7위)에 풍부한 자연자원, 남아시아 경제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또 구매력 기준으로 따져 봐도 세계 3위의 거대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영어가 가능한 값싼 양질의 노동력도 인도 경제 성장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와 인도는 1973년 외교관계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경제 교류가 이뤄진 시점은 1990년대 이후다. 당시 세계화를 시작한 현대자동차와 삼성·LG전자 등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도 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1996년 양국 간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자 국내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한때 큰 붐을 이루기도 했다. 이후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투자를 지속해 까다로운 인도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영업망과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 역시 2004년 타타자동차가 대우상용차를, 2010년 마힌드라&마힌드라 자동차가 3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쌍용차를 인수하기도 했다.

직접 투자와 함께 무역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인도에 기계류, 전기기기, 철강제품, 자동차 부품과 같은 완제품을 주로 수출한다. 인도로부터는 나프타, 합금철, 유기화학제품, 섬유 등 원재료 혹은 반제품을 수입한다. 2012년 한국은 인도에 119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하고 69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1965년 첫 교역 당시와 비교하면 수출이 6만 배 늘었다.

2010년 1월 1일 발효된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 교류는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실제 CEPA 체결 이후 2년 만에 두 나라의 교역은 70% 급증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서 CEPA를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논의가 성과를 거두면 교역 증가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철강에서 금융까지… 전방위 교류 확대

인도에 진출한 700여 개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는 현재까지 44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의 주요 경제 거점별로 국내 대표기업들이 활발하게 뛰고 있다.

수도인 뉴델리 인근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각종 전자 관련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현재 한국의 전자제품에 대한 인도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매우 높다.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또 델리 인근에 초대형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두산중공업과 인도 내 최대 종합케이블 제조사로 떠오른 LS전선도 ‘기술 한국’의 간판 브랜드로 떠올랐다.

경제성장률과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인도 남동부의 경제·문화 중심 첸나이 지역에는 현대자동차와 40여 개가 넘는 협력업체들이 대거 진출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자동차 38만 대를 판매하며 스즈키마루티에 이어 업체별 판매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뭄바이나 벵갈루루 지역에도 여러 제조업과 금융 물류 기업들이 인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인도 동쪽 벵골 만에 접한 오리사 주에서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예상 규모만 120억 달러(약 14조 원)로 이제껏 인도에서 진행 중인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 소비재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CJ그룹은 홈쇼핑 업체인 CJ오쇼핑을 앞세워 인도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롯데제과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초코파이를 만드는 등 현지화된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의 투자 트렌드는 금융 산업의 인도 시장 진출이다. KB국민은행은 ‘현지화’를 내걸고 2012년 인도 최대 민영은행인 ICICI 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자동차 산업이 밀집한 첸나이 지역에 터를 잡았다. 또 IBK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인도에 진출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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