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 날]국내 전자산업, 수출의 중심에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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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을 얘기할 때 삼성전자는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30년 넘게 매해 거르지 않고 수출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오늘날 우리나라가 1조 달러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 국내 전자 산업의 수출은 주로 TV와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에 의존했다. 후발주자로 전자 산업에 뛰어든 삼성전자 역시 수출을 통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쌓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의 수출 역사는 1971년 자사의 흑백 TV를 파나마로 선적한 것을 기점으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수출 물량을 늘려간 삼성전자는 1980년, 1981년 수출의 날 행사에서 각각 ‘2억 달러 수출의 탑’과 ‘3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1970년대 초반 1%에 불과하던 전자기기의 수출 비중을 13%대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1983년에는 전자업체 최초로 ‘5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으며 당시 종합무역상사 중심의 수출 통로가 제조사의 공산품 브랜드로 바뀌는 시발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끝난 직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전자제품 수출 강국으로의 변신을 모색한다. 당시 삼성전자 총매출액은 3조282억 원이었는데 수출이 2조1000억 원으로 내수 9000억 원의 2.3배에 달했다.

1990년대의 수출은 백색가전 외에도 ‘산업의 쌀’로 불리는 D램과 S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주도했다. 나아가 1994년부터 삼성전자는 ‘월드 베스트 전략’을 추진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했다. 실제 D램, S램,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와 CDMA 휴대전화 등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 결과 1995년 삼성전자는 국내 단일 제조업체로는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0년 ‘1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을 당시 D램과 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등 반도체 제품이 89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52%를 차지한 반면 디지털 가전과 생활가전제품은 54억 달러로 32%,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 제품은 28억 달러로 16%에 불과했다.

이어 2000년대는 정보기술(IT) 분야가 수출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스마트폰 강국으로 자리 잡은 데에도 삼성전자를 위주로 차근차근 쌓은 해외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이 밑거름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수출은 애니콜 브랜드를 세계 시장으로 넓히기 위해 1997년 홍콩의 허치슨에 2종의 휴대전화 4만 대(2000만 달러)를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문 수출은 기업의 미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2008년 제45회 무역의 날에는 삼성전자가 수출 540억 달러로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5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또 2011년도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인 ‘6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첫 휴대전화 수출 이후 14년이 흐른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35%)에 올랐고 관련 수출액(추정)은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삼성전자의 생산기지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수출의 의미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해외 매출이 급속하게 성장하며 2008년 이후 전체 매출의 8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1년도 해외 매출이 처음 1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조 원에 이르렀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가가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분의 1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1971년 이후 40년 넘게 추진해 온 수출 중심 정책의 달콤한 열매인 셈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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