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 런던이 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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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fabulous), 강렬한(gusty), 극적인(dramatic)….”

4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올드빌링스게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2013 한류박람회(KBEE)’. CJ 계열의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부스를 방문한 ‘런더너(런던 시민)’들은 육회를 맛보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육회는 영국인들이 생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타르타르’를 즐겨 먹는다는 데 착안해 내놓은 메뉴.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머스터드소스가 들어가 맛이 단조롭다. 반면 한국식 육회는 참기름과 간장소스로 버무려 고소하면서도 감칠맛을 강조한다. 육회를 맛본 케브 오설리번 씨는 “짜지도 달지도 않은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중독성이 강한 이런 맛은 한국 음식에서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영국인들이 ‘미지의 음식’인 한식에 열광해 관심을 끈다. 한국 음식, 이른바 ‘K-푸드(Food)’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꼽히는 런던은 레스토랑의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식의 세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가이드 2014 유럽판’에 소개된 한식당 4곳 중 3곳(비비고와 아사달, 하나)이 런던에 몰려 있다.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영국에서 다문화 음식인 ‘에스닉푸드(Ethnic Food)’ 시장 규모는 연간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날 오후 1시, 비비고가 런던의 소호 거리에서 운영하는 ‘비비고 소호점’도 만석(滿席)이었다. 갤러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 밀집한 특성상 젊은 고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곳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아귀찜(Korean Monkfish)’. 해산물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아귀를 소금구이로 즐겨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메뉴에 올렸다. 기름을 넣어 굽는 방식이 아니라 기름을 빼는 찜 방식이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영국인들이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비비고 소호점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영국식 고급 요리로 변신시켰다. ‘순대: 한국식 블랙푸딩(Soondae: Korean Black Pudding)’이 대표적이다. 현지에서 ‘블랙푸딩’은 소나 돼지, 오리 등의 피로 만든 소시지다. 블랙 푸딩이 현지에서 브런치로 인기라는 점을 감안해 순대 옆에 깔끔한 백김치를 얹었다. 샐러드 대신 백김치를 넣어 순대를 ‘한 접시 요리’로 만든 것.

심지어 붕어빵도 고급스러운 디저트로 등극했다. 붕어빵을 접시 위에 세운 ‘금붕어(Goldfish)’라는 디저트는 단팥 특유의 달콤한 맛에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비비고는 이처럼 독특한 음식을 내놓은 덕분에 올해 10월 미슐랭가이드 본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문을 연 지 1년여 만으로 기업형 레스토랑으로는 이례적으로 등재된 것. 박호영 CJ그룹 영국법인장은 “세계 유수의 레스토랑들이 런던에 처음 문을 연 뒤 전 세계에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등 영국은 한식 전파에 중요한 지역”이라며 “한식 특유의 중독성과 풍미에 빠진 영국인이 늘고 있는 만큼 한식에 얽힌 스토리를 잘 풀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의 한식당 ‘김치(Kimchee)’에서 현지인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한식당 ‘김치’ 제공
영국 런던의 한식당 ‘김치(Kimchee)’에서 현지인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한식당 ‘김치’ 제공
런던 대영박물관 인근의 하이홀번가에 위치한 한식당인 ‘김치(Kimchee)’ 역시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300여 석 규모로 작지 않지만 식사 시간에 이용하려면 대기표에 이름을 올려놓고 30∼40분을 기다려야 한다. 메뉴는 김치찌개와 파전, 육회 등으로 다른 한식당과 비슷하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이 대부분 고깃집 수준의 인테리어나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반해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에서 한국식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런던에서는 한국의 가공식품도 인기다. 5일에는 현지에서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런던의 뉴몰던 매장을 비롯한 50여 개 점포에서 ‘한국 식품전’을 연다. 이번이 3회째로 이전보다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오뚜기와 샘표, 농심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들이 가공식품을 대거 선보인다. 품목도 라면과 카레, 과자, 칼국수 등 150여 종에 이른다. 테스코의 자회사인 홈플러스 관계자는 “한국 노래나 영화 등을 접한 영국인들 사이에서 수요가 많다”며 “한국 식품의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13 KBEE 전시회에서 한식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K-contents)와 한국의 의류(K-fashion), 한국의 뷰티(K-beauty) 등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날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CJ E&M 부스에서 인기 그룹인 2NE1과 에프엑스, 지드래곤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영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춤을 췄다. 또 인기 스타들의 화장법을 배울 수 있는 메이크업 쇼도 마련돼 영국 여성들이 잇달아 한국 여성들이 많이 쓰는 화장품 브랜드와 화장 도구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코오롱은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래:코드’의 패션쇼를 벌였고 애니메이션 업체인 아이코닉스는 핀란드 방송사와 ‘뽀로로’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런던#한류박람회#비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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