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CEO ‘사자성어 신년사’로 본 2013년 경영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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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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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삼우(歲寒三友·겨울을 꼿꼿이 이기는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이환위리(以患爲利·목표를 향한 길의 고난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라,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금융계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자성어로 신년사를 내놓았다. 뜻은 각각 다르지만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등 2013년 금융을 짓누르는 ‘3저(低) 기조’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들은 올 한 해 금융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CEO들은 위기상황을 금융 산업의 체력을 다지는 기회로 삼자고 입을 모았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운근동죽(雲根凍竹·언 바위 틈새로 뿌리를 깊이 내린 겨울 대나무)처럼 내실을 다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건설·해운 업황 부진 등을 이겨내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시장 개척 등 금융 산업의 신성장 엔진을 발굴하겠다는 CEO도 있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우직지계(迂直之計)’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는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보면서 현재의 역경을 발전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자는 주문도 나왔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들며 혁신을 강조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리스크 관리라는 은행의 본분을 지키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성장세를 유지하자는 얘기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역시 ‘양농불위 수한불경(良農不爲 水旱不耕)’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훌륭한 농부는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어도 밭을 갈지 않는 법이 없다”고 밝혔다.

열정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도 적지 않았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임직원이 명심해야 할 자세로 ‘다난흥방(多難興邦)’을 들며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 고객과 사회, 은행이 동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제시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 나가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건넌다’는 뜻으로 위기상황에서 임직원들이 불굴의 의지를 갖고 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유지경성(有志竟成·굳건한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겨낸다)의 자세를 주문했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역시 ‘풍소우목(風梳雨沐·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비로 목욕을 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임직원들이 2013년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정·한우신·김유영 기자 crystal@donga.com
#금융계#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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