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대선]<6>한준희 축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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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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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축구의 3대 챔피언들로부터 18대 대선이 어떠한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말하고자 한다.

첫 번째 교훈은 K리그 챔피언 서울의 ‘무공해 축구’다. 서울의 무공해 슬로건은 ‘무조건 공격’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서울이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적은 파울과 경고를 기록하는 깨끗한 축구로 우승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K리그 16개 구단 중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파울이 10개가 되지 않는 진정한 무공해 팀이었다.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불필요한 파울과 경고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이 말의 의미는 자명하다. 파울은 상대의 프리킥을 불러오고, 경고는 누적되어 결국에는 출전 정지라는 전력 누수의 원인이 된다. 그는 소위 동업자 정신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리 선수의 부상만큼이나 상대 선수의 부상도 안타깝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K리그 최연소 감독의 무공해 마인드가 우리의 대선 정국에도 흐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반칙 남발은 선거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아군에도 해가 된다는 것을 우리 정치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두 번째 교훈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울산의 ‘갈고 다듬은 포지티브 전술’이다. 울산은 지난해부터 ‘철퇴 축구’라는 특유의 브랜드를 구축해 팬들에게 널리 사랑받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이를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켜 아시아 축구 정상에 우뚝 섰다.

울산의 ‘철퇴’는 그들의 축구 스타일을 절묘하게 상징한다. 울산은 견고한 수비 블록으로 상대의 볼을 빼앗아 치명적 한 방으로 연결하는 작업에 매우 능하다. 조직적인 수비, 용병 에스티벤의 능란한 중원 플레이, 이근호와 하피냐의 빠른 전진, 김승용의 정확한 배달, 김신욱과 곽태휘의 중량급 마무리로 이어지는 승리 공식은 아시아 최고 클럽들의 경연장에서 울산을 완벽한 ‘무패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는 아군의 장점을 최고도로 갈고 다듬은 결과로서 네거티브 아닌 포지티브만으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침대 축구’와 같은 네거티브는 울산의 포지티브에 아예 설 곳을 잃었다.

세 번째 교훈을 준 팀은 축구협회(FA)컵 챔피언 포항이다. 포항은 ‘끝난 후 더욱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포항은 10월 20일 FA컵을 거머쥠으로써 내년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확보해 사실상 올 시즌의 모든 과업을 완수했다. 이후의 K리그 성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 그러나 포항은 FA컵 우승 이후 5승 3무 1패를 거두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울산 전북 서울 수원 등을 모두 이겼고, 특히 전북은 포항으로 인해 리그 우승 희망이 멀어져갔다. 얼마 후면 대선이 치러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시험 종료 타종과 더불어 공부한 것을 다 잊어버리는 우(愚)를 이번 대선의 승자는 결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선#한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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