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 침몰’ 외교갈등 조짐]18일 군산앞바다에선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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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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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조업 中선단 발견 → 대치 → 도주 → 충돌·침몰

불법조업 단속과정에서 우리 해양경찰청 경비함을 들이받고 중국어선이 침몰한 사건을 놓고 한중 양국 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중국이 우리 정부에 사고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외교통상부와 해양경찰청은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군산해경의 설명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본다.

18일 낮 12시 5분경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주변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상경계활동에 나선 군산해경 소속 3000t급 경비함인 3010함의 조타실에 갑자기 긴장이 감돌았다. 조타실 레이더에 중국어선 50여 척이 대규모로 선단을 이뤄 우리 EEZ를 침범해 불법으로 조업하는 상황이 포착된 것. 이들 어선이 몰려 있는 해상은 어청도에서 서북쪽으로 약 126km 떨어진 지점(좌표 동경 124도 30분, 북위 36도 8분)으로 우리 EEZ를 약 4.3km나 침범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5척은 우리 EEZ를 15마일(약 27km)이나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35분 뒤 3010함이 중국어선이 몰려 있던 해상의 1.2km까지 접근하자 랴오잉위호와 또 다른 60t급 어선 등 2척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김삼현 함장(57·경정)은 즉시 이 사실을 군산해경에 보고한 뒤 경비함에 탑재돼 있던 고속단정 2척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 해경과 중국어선의 사투

특공대원을 포함한 경찰관 14명을 태운 고속단정 2척은 도주하기 시작한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하기 위해 최고 속도로 항진했다. 낮 12시 42분경 60t급 중국어선에 먼저 다가간 고속단정은 단속 규정에 따라 정선(停船) 명령을 내린 뒤 검문검색을 위해 중국어선에 올라갔다. 하지만 이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7, 8명이 경찰관들에게 쇠파이프와 몽둥이, 죽창 등을 마구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문상수 순경이 오른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등 경찰관 4명이 크게 다쳤다. 60t급 중국어선의 저항이 예상보다 격렬한 데다 부상자가 발생하자 고속단정은 섬광탄 2발을 발사했다. 당황한 60t급 중국어선은 잠정조치수역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고속단정 인근에서 단속활동을 지원하던 3010함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경비함에 설치된 소화포를 발포하며 60t급 중국어선을 추격했다. 12시 52분경 갑자기 랴오잉위호가 끼어들어 3010함의 함수를 들이받고 그대로 뒤집어지면서 침몰했다. 이 해역은 어청도에서 서북쪽으로 약 133km 떨어진 지점(동경 124도 28분, 북위 36도 8분)으로 우리 EEZ를 약 2.2km 벗어난 잠정조치수역이다. 그러나 해경의 추격을 받던 60t급 중국어선은 우리 해경이 침몰한 랴오잉위호 선원들을 구조하는 틈을 타 중국 해역으로 도주했다.

○ 중국어선 불법 행위 드러나

군산해경은 중국 선원들을 상대로 불법조업 여부와 침몰사고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이들로부터 “한국 EEZ를 침범해 조업하던 중 해경이 동료 어선을 추격하자 이를 방해하려다 실수로 경비함을 들이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3010함이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과 랴오잉위호의 침몰 과정 등을 촬영한 영상자료와 레이더 기록, 상황일지, 경찰관 등의 진술을 토대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군산해경은 “중국 정부 측이 조사 과정에 참여해도 중국어선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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