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지배구조 혁명’ 성공할까

  • 입력 2009년 8월 28일 02시 59분


메리 샤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지명 권한 강화 제안이 최종 승인돼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메리 샤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지명 권한 강화 제안이 최종 승인돼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소액주주에 이사지명권 주는 개혁안 싸고 법적 공방 예고

“미국의 대기업들과 초대형 로펌, 경제단체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개혁안에 맞서 싸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17일(현지 시간) 기업 이사회 구성 때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의 이사후보 직접 지명 방안과 관련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6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미국 언론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기업 및 경제단체와 투자자 간의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듯 SEC에는 500통 이상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았다”고 전했다.

○ 초대형 로펌들 가세

지난주 미국의 법률전문지 뉴욕로(law)저널은 “미국 뉴욕의 초대형 로펌 7곳이 SEC의 개혁 제안에 대한 공통 의견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심프슨 새처 등 4곳 이상의 로펌들은 개별 의견서를 보냈다. 이 저널은 “주로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를 대변하던 대형 로펌 7곳이 특정 사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심프슨 새처는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에게 이사를 갈아 치울 기회를 쉽게 주는 것은 SEC가 지난해 금융위기 탓에 도입하려는 개혁안이 위험을 초래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로펌들도 “최소한 개혁안 추진 속도를 조금이라고 늦추고 지금이라도 개혁안을 다시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로펌들의 경고는 논쟁을 한층 뜨겁게 달구고 있다.

○ SEC “어느 때보다 분위기 좋다”

스탠퍼드 로스쿨의 조지프 그런드페스트 교수는 “SEC의 개혁안은 모순점이 많아 결국 소송이 제기돼 법정으로 가게 되면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지적했다. SEC 개혁안의 최종 승인 여부는 법정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SEC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이 이사 지명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안은 메리 샤피로 SEC 위원장이 추진하는 개혁 어젠다 가운데 최우선 순위다. 다우존스뉴스와이어는 “개혁안은 지난해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기업들의 위기관리능력은 제대로 감독받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결정에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이 좀 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샤피로 위원장은 개혁안이 내년도 기업 주주총회 때 적용될 수 있도록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SEC의 개혁안을 지지하고 있다. SEC의 개혁안은 이르면 올 11월 9일 최종 승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공방은 그때부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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