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불신’ 상처 남기고 분쟁 봉합 국면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10일 보안군들이 위구르 무슬림들의 금요예배가 열리는 이슬람 사원 앞을 순찰하고 있다. 우루무치 시내의 이슬람 사원들은 5일 대규모 유혈사태 이후 폐쇄됐으나 이날 일부 사원에서 처음으로 예배가 열렸다. 우루무치=EPA 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10일 보안군들이 위구르 무슬림들의 금요예배가 열리는 이슬람 사원 앞을 순찰하고 있다. 우루무치 시내의 이슬람 사원들은 5일 대규모 유혈사태 이후 폐쇄됐으나 이날 일부 사원에서 처음으로 예배가 열렸다. 우루무치=EPA 연합뉴스
■ 우루무치 사태 후유증
여행객 감소 경제에 타격
피해자 위로금 지급 등 中정부 민족단결에 고심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烏魯木齊) 유혈사태가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민족 간 집단 보복폭행 양상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는 쉽게 치유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56명이 숨지고 1080명이 부상한 이번 사태의 폭력행위 가담자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민족 간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부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봉합된 상처 속 깊은 내상(內傷)

우루무치 유혈사태를 계기로 ‘같은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던 한족과 위구르족은 외모가 다른 만큼이나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적대감을 갖게 됐다. 상호 폭력을 경험한 한족과 위구르족은 ‘서로 무섭다’며 우루무치를 탈출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티베트 라싸 봉기와 마찬가지로 소수민족 자치 지역의 분리독립 열망에 따른 갈등은 이제 정부에 대한 항의가 아니라 같은 이웃이었던 타 민족 주민 간 상호 폭력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홍콩침례대 장피에르 카베스탕 교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주창한 ‘조화사회론’이 아직은 현실에서 먼 이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 중심지로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우루무치는 여행객 감소 등 당분간 경제적인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北京)과 우루무치 구간에만 하루 왕복 14편이 운항될 정도로 우루무치는 ‘신실크로드’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장여행국 관계자는 최근까지 예약했다 취소한 우루무치 단체관광단이 1450여 팀에 여행객은 8만494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시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우루무치는 당분간 위험지역으로 인식돼 관광객 모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10일 전했다.

○ “민족 단결로 새 신장 건설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10일자의 1개 면은 민족 단결을 호소하는 여러 편의 글로 가득 채워졌다. 관영 신화통신은 “위급한 상황일수록 각 민족이 손을 꼭 잡고 앞으로 나가자”는 평론을 실었다.

후 주석은 9일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주동자와 폭력을 행사한 범죄분자는 엄중 처벌하지만 단순 가담자에게는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적극적인 보상과 지원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우루무치 시 정부는 10일 “시위 사망자 1인당 위로금 20만 위안(약 3759만 원)과 장례비 1만 위안 지급 등 이번 시위 피해자에게 1억 위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언론은 앞으로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 당정 고위 인사들이 신장 지역을 찾아 단결을 호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우루무치, 도시기능 회복… 이슬람사원도 개방▼
인터넷은 여전히 봉쇄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는 10일 사실상 정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요 연구기관은 모두 함구했다. 이날 우루무치 신장대 중앙아시아문화연구소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민감한 문제로 선전부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응하지 않았다. 이에 기자는 시 당국의 취재지원 부서에 이 연구소에 대한 취재를 정식 요청했으나 이날 밤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중앙민족대 관련 연구소 등 베이징(北京)의 연구기관들도 이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베이징의 한 인사가 전했다.

그동안 문을 열지 않았던 이슬람 사원도 이날부터 문을 열었다. 이날 오후 수이(水) 구 류다오완(六道灣)의 수이모거우(水磨溝) 사원을 비롯한 우루무치 시내 일부 이슬람 사원에서는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예배가 열렸다. 수이모거우 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 마부리커시무 아시무 씨는 9일 오후 사원을 방문한 외신기자들에게 “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칩거했던 위구르족들도 일터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카스무’라고 밝힌 위구르족 택시운전사는 “그동안 무서워서 일을 나오지 못하다가 오늘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 공안국은 이날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자업무를 재개했다. 관공서와 은행 상점도 대부분 영업을 재개했고 밤에는 유흥시설들도 손님을 맞았다. 인터넷은 여전히 봉쇄되고 있으나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개통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병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위구르족 집단거주지의 봉쇄 역시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인근에는 상당수 병력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 우루무치 외곽에도 상당한 병력이 비상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의 조기 방학 등으로 우루무치를 벗어나는 사람들로 버스정류소와 기차역은 평소보다 북적였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서처럼 ‘탈출 러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내버스들은 정상 운행 중이나 버스마다 보안요원이 승차해 있다.

특히 이날부터 대형 스피커를 장착한 선전차량들이 위구르족 집단거주지를 돌면서 ‘민족 분열을 책동하는 세력에 속지 말자’는 내용을 반복해서 방송했다. 이에 앞서 9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일반 군중에 대한 교육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본격적인 선무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우루무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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