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익산 남성고 3학년 정상욱 군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의학 드라마 보고 ‘운명’예감… ‘스터디홀릭’ 돌변했어요”

《“제 꿈은 외과 의사예요. 지금은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장차 세계 최고의 외과 의사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전북 익산 남성고등학교 3학년 정상욱 군(사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 2년 전 의학드라마를 본 이후로 ‘외과 의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전문적인 자료를 접할수록, 일간지의 의학기사를 꼼꼼히 챙겨볼수록 목표의식이 더욱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방황을 끝내고 ‘스터디홀릭’으로 거듭났다. 내신 성적은 전 과목 평균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일제히 상승했고, 현재까지도 그 성적을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치른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500점 만점에 483점을 받아 전국 200등을 차지했다.》

○ 외과 의사를 향해 스터디홀릭으로 변하다!

고교에 입학할 당시 정 군의 성적은 전체 350명 중 약 50등. 중학교 내신 성적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고입 선발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덕분이었다.

원래 공부엔 흥미가 없었다. 중학교 1∼2학년에는 반 석차 10∼15등을 오갔다. 3학년 때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 때문에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익산에는 남학생이 진학할 수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가 3곳뿐이라 선발고사 합격선이 높았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 치열한 경쟁 분위기에 갑자기 숨이 탁 막히는 심정이었죠. 그런 생활에 잘 적응되지 않아 친구들과 밖으로만 나돌았어요. 게다가 여자친구를 사귀느라 공부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어요.”

1학기 내신 성적은 전교 100여 등으로 밀려났다. 여러 과목에서 3등급을 받았고, 모의고사 성적은 380점까지 떨어졌다. 부모님은 걱정스러운 반응을 내비쳤지만 공부를 강요하진 않았다. 그의 방황은 여자친구로 인해 끝이 났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돌연 여자친구가 “그만 만나자”고 선언했다. 그로서는 성적이 떨어지는 일보다 더 놀라운 소식이었다. 실연의 아픔은 ‘꼭 멋진 사람이 돼서 후회하도록 해줄 거야’라는 오기로 바뀌었다.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그 해 1월 방영된 TV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고 나서였다. 정 군은 “14세 위이자 의사였던 큰형의 권유로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드라마를 접했다”며 “사흘 꼬박 드라마를 보면서 난생 처음 가슴 속에서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의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 성적은 물론 학업태도가 좋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믿고 격려해준 담임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 전국 최상위권의 학습법은 바로 이것

1학년 2학기 들어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스터디 플래너’를 작성했다. 정 군은 “자기가 해낼 수 있는 학습량보다 20∼30% 더 많게 계획을 세워야 효율적”이라며 “목표량이 많으면 쉬는 시간에도 자신을 재촉하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즉시 질문했고 쉬는 시간에 바로 복습했다. 이 방법만으로도 수업내용의 70%가량은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게 정 군의 설명.

수리, 과학탐구 영역은 나름의 공부법을 찾아냈다. 우선 꼼꼼하게 정리돼 있으면서도 느낌이 다른 두 권의 참고서를 이용해 취약 단원을 집중 공략했다. 예를 들면 수학은 ‘수학의 정석’과 ‘숨마쿰라우데 고등수학’을 번갈아가며 3회씩 정독했다.

그 다음 난도가 다른 문제집을 최소 세 권 준비한 뒤 단계를 올려가며 문제집을 풀었다. 잘 모르거나 애매한 문제, 중요한 개념을 담은 문제는 눈에 잘 띄도록 표시했다. 그런 다음 1∼2주 후 틀린 문제와 표시해둔 문제 위주로 내용을 복습했다. 이렇게 해도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을 찾아가 해결했다.

외국어 영역은 문법책 1권을 완독했다.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지문 안에서 아는 단어를 이용해 새로운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는 방식으로 단어를 익혔다. 영어 듣기는 어려서부터 팝송을 즐겨 들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족한 부분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수준별 이동수업’과 ‘선택형 보충수업’으로 채웠다. 정 군은 전 과목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해 심화지식을 쌓았고, 선택형 보충수업을 통해 취약 과목인 언어영역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졌다. 또 매일 오후 11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병행했다.

○ 취미가 있으면 슬럼프를 극복하기 쉽다

2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은 제2외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전교 석차는 2등까지 올랐다. 이때부터 모의고사 성적도 상승세를 타 40점 가까이 올랐다. 수학, 과학은 내신과 모의고사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2학기 내신 역시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11월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500점 만점에 483점, 전국 석차 200등을 차지했다.

각종 상도 휩쓸었다. 수학, 과학 경시대회는 물론 논술경시대회, 과학독후감대회 등에서 수상했다. 매 학기 주요 과목에서 학업우수상을 받았다. 수줍음을 타던 성격은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학급회장을 연이어 맡았다.

“가끔씩 찾아오는 슬럼프 때문에 힘든 날도 많았어요. 외적인 요인은 쉽게 조정할 수 있지만, 내면의 방황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 하거든요. 이때 몰입할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정도 있으면 도움이 돼요.”

정 군은 슬럼프가 찾아오면 잠시 공부를 중단했다. 책상 앞에서 끙끙대는 것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듣거나 피아노를 치면서 머릿속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그런 후에 스터디 플래너에 새로운 다짐을 써넣고 다시 공부에 몰입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가며 공부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특히 공부량이 많아지고 난도가 올라갈수록 더욱 그런 점이 요구되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저를 학원을 보내는 대신 원하는 책이라면 뭐든지 읽게 해주신 게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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