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강사’ 적발되고도 수업…학교-학원은 조치없이 쉬쉬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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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확정 전까지 추방 불가능
‘수업 박탈’ 강제규정도 없어
최근 기소된 6명중 5명 강의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강사들이 초등학교와 학원에서 버젓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이 불구속 기소한 외국인 강사 6명을 조사한 결과 5명이 기존에 근무했던 학원과 학교에서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수사 결과 발표 당시 강남구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외국인 강사 1명만 마약 복용 사실이 알려져 학교를 떠났을 뿐 초등학교 2곳과 학원 3곳에서는 이런 사실을 쉬쉬하면서 해당 강사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마약 복용을 하다 적발된 A 강사가 근무하는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는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해당 강사가 이미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18일 이 학교를 찾아갔을 때 A 강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 학교 교감은 “우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강사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학년 학부모인 김모 씨(37·여)는 “외국인 영어 강사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그런 사람에게 아이가 배우고 있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1학년생의 학부모도 “다른 동네라면 몰라도 이곳 초등학교에는 그런 문제 교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 복용을 하다 적발된 B 강사가 근무하는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은 19일 통화에서 “우리 학원에는 마약을 복용하다 문제를 일으킨 강사는 없다”고 계속 근무 중인 사실을 부인했다.

이처럼 마약 복용을 하다 적발되고서도 버젓이 수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사법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법의 맹점 때문이다.

경찰이나 검찰은 마약을 복용하다 적발된 외국인에 대해 마약 ‘공급책’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불구속 기소한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국외추방까지 가능하지만 형 확정까지 몇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에는 국내에 체류하면서 강의도 계속할 수 있다.

‘마약 강사’의 수업을 박탈할 수 있는 법이나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규 교사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원징계위원회에서 교사직을 박탈하지만 외국인 강사들은 대부분 학교장과 고용 계약을 맺기 때문에 임면권이 학교장에게 있다. 불법 강사를 유임시킬 경우 학교장에게 문제가 생기겠지만 학교장이 고의적으로 사실을 묵인할 경우 사실상 불법 강사를 처벌할 강제적 규정은 없는 셈이다.

학교 측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학부모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즉시 해촉하지 않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정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강사들의 불법행위를 알리는 데 노력해 온 ‘불법외국어강사퇴치를위한국민운동’ 이은웅 대표는 “마약 복용 강사의 위험은 상존하는데 사후 관리는 매우 부실하다”며 “검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외국인 대상 마약류 검사에서 대마를 빼는 등 국가가 외국인 강사에게 너무 관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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