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티즌 시대… 이젠 지도로 소통한다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지도에 일일이 사연+사진 얹어

여행-맛집-데이트장소 공개

개인 궤적이 핵심정보로 부상

주부 박삼숙 씨(39)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평범한 엄마.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지도 왕’으로 불린다. ‘레드울프’라는 아이디로 그가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바로 풀무원 제품 온라인 동호회 ‘풀맵(풀무원맵)’. 두부, 면류 등 풀무원 제품에 대한 판매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의사소통 도구는 바로 ‘지도’.

박 씨는 지도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들에게 먹일 희귀한 유기농 제품 또는 한정판 제품의 판매 위치와 정보 등을 얻는 것과 동시에 집 주변 대형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풀무원 제품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박 씨가 한 주간 올리는 지도는 20개 이상. 위치 정보는 물론이고 직접 매장에 들러 찍은 제품 ‘인증 샷’, 간단한 시식 평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말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200여 명의 동호회 회원들이 게시한 풀무원 지도는 서울 부산 제주 등 약 4500개. 두부지도 유부초밥지도 만두지도 등 10종류가 넘는다.

박 씨처럼 자신의 관심사를 지도로 나타내려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다. ‘텍스트’ 위주의 누리꾼 활동에 싫증난 이른바 ‘맵티즌(Map+Netizen)’이다.

맵티즌은 지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누리꾼. 이들은 지도를 사회과부도 속 딱딱한 존재가 아닌 일상처럼 여기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지도 서비스를 ‘나만의’ 패러다임으로 바꾼다. 지도를 하나의 ‘놀이’처럼 여기며 지도에 다양한 콘텐츠를 얹어 온라인상에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

일명 ‘추억 지도’로 불리는 야후코리아의 ‘라이프맵’도 있다. 자신이 들른 여행지, 데이트 장소를 지도 위에 사진과 함께 나타낸 후 그곳을 클릭하면 당시 사연도 볼 수 있다. ‘앙팡테리블’이라는 추억 지도를 운영하는 대학생 김혜림 씨(20)는 서울 서교동 홍익대 앞에서 벌어진 주먹밥콘서트, 삼청동 나들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 자신이 돌아본 곳을 사진과 글로 나타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밝힌 추억 지도는 현재까지 약 4000개. 맵티즌들은 지도 위 30만 개 이상의 사진과 2만 개 이상의 사연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전국의 주유소 가격 정보를 나타낸 ‘주유소 가격 비교 서비스’(abyss.jaram.org/oil)도 맵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지역별 검색을 통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 정보, 제일 싼 주유소 등을 알 수 있다. 이에 포털 업체들도 맵티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다음은 전국의 골퍼들을 위해 골프장 위치, 라운드 홀 공략법 등을 담은 ‘골프맵’을 제작할 예정이다.

○ 개인의 궤적, 포털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맵티즌 문화는 미국 포털사이트 ‘구글’ 내 지도 서비스 ‘구글맵’에서부터 시작됐다. 구글이 구글맵 서비스를 시작한 후 미국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프러포즈할 장소를 지도로 나타낸 ‘로맨틱 밸런타인데이 맵’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맵티즌들은 ‘교통맵’, ‘아르바이트맵’ 등 갖가지 지도를 만들며 정보를 공유했다.

이러한 맵티즌 문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도=새로운 놀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류한석 소장은 “지금까지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았던 누리꾼들이 직접 카테고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맵티즌(Map+Netizen)::

‘맵(Map·지도)’과 ‘네티즌’의 합성어. 온라인에서 지도를 이용해 취미, 관심사,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는 누리꾼을 뜻한다. 이들은 글이나 동영상 등을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도에 위치, 사진 등 정보를 시각화하는 등 지도를 하나의 새로운 ‘놀이’ 도구로 여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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