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新아시아 외교구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이 대(對)아시아 외교를 동남아 중앙아 서남아 남태평양까지 아우르는 범(汎)아시아로 넓히겠다는 ‘신(新)아시아외교 구상’을 어제 밝혔다. 이는 외교 역량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강 및 동북아에 집중하는 데서 범아시아 및 유럽으로 확장한다는 비전의 일환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시아 각국과 협력할 의제에 대해 합의한 상태가 아닐뿐더러 정부 내의 액션플랜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아시아 국가와 금융위기 공조, 녹색성장 협력을 비롯한 경제 안보 문화 면에서 호혜(互惠) 공영(共榮)의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수준이다.

외교를 그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식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 우리가 더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고 목소리를 모아 글로벌 발언권을 확대할 필요도 있지만, 이런 움직임이 특정 강대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아시아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신중해야 한다. 과거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 ‘동북아 균형자’ 같은 익지 않은 ‘비전’을 내놓았다가 말 빚 갚기에 애를 먹었다. 에너지 외교에서도 말을 앞세우고, 원님 행차하듯이 상대국으로 몰려가 실익(實益)은커녕 ‘봉 노릇’만 하는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물론 기회도 있다. 예컨대 아시아 각국과 가장 많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아시아 FTA 허브’도 가능하다. 아시아 각국과 FTA를 맺기에 중국은 너무 크고, 일본은 너무 선진국이어서 우리가 오히려 유리하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경제규모와 기술수준 등에서 우리와 협력하기 쉬운 부분이 많고, 우리의 근대화 및 민주화 경험에도 관심이 많다.

이 대통령은 올해 중앙아시아 순방,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국(한중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시아특별정상회담 등 다각적 대아시아 외교에 직접 뛰어든다. 이를 계기로 어제 밝힌 신아시아외교 구상의 큰 가닥을 잡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과욕과 과속은 금물이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력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것이 현실일진대 허장성세(虛張聲勢)는 통하지 않는다. 아시아 각국의 신뢰를 쌓기 위해 남다른 투자와 노력을 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맞춤형 협력전략으로 차근차근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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