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출국” 산유국의 꿈,현실로

  • 입력 2009년 2월 16일 02시 59분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GS칼텍스가 만든 이 광고 카피는 과장이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정유업을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라 생각하지만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3대 정유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절반을 넘어선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지난해 1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에쓰오일은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가 넘는 등 정유업체들은 내수 기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표적인 수출 기업이 됐다.

○ 연간 수출액 200억 달러 넘긴 SK에너지

지난해 SK에너지는 석유,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사업 등에서 사상 최대 수출 성과(26조6000여억 원)를 내 연간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간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은 국내 기업은 그전까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외형상으로도 수출이 늘었지만 내용 면에서도 충실했다는 평가다.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 경유 등유 등 3대 경질유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8203만 배럴로 전년인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해외 판매량은 55% 늘어난 7224만 배럴을 기록했다. 3대 경질유 제품의 수출은 전년보다 5조 원 이상 늘어난 것.

SK에너지는 수출 대상 국가도 점점 확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본과 중국 시장 중심이었으나, 2007년에는 인도네시아와 미국이 물량과 금액에서 수출 지역 1, 2위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으로 휘발유를 수출하는 한편 캐나다와 호주 등 전통적인 수출국이 아닌 나라로도 수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수출시장 다변화에 대해 SK에너지 측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탈황설비 확충 등으로 초저유황 환경친화 석유제품을 생산해낸 데 따른 결과”라고 자평했다.

○ 중국 시장 공략하는 GS칼텍스

GS칼텍스는 2006년부터 매출 대비 수출액이 5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34조4000여억 원 중 19조5800여억 원을 수출에서 얻었다. 1983년 수출 2억 달러 탑을 받은 지 25년 만인 지난해에는 15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25년 동안 수출액이 75배 뛴 셈이다.

GS칼텍스의 수출 품목과 대상 국가는 다양하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중국 일본 인도 러시아 북남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석유화학제품도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2007년 중동에 9000t의 윤활기유 수출을 시작했으며 현재 고품질의 윤활기유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 수출 하고 있다. 윤활기유를 원료로 생산하는 윤활유 제품도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GS칼텍스는 석유제품 가공 수출 외에도 주유소 사업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중국 산둥(山東) 성 내 주요 도시에 현지 석유유통법인을 설립해 주유소 사업을 추진해왔고, 현재 칭다오(靑島), 옌타이(煙臺) 등에서 주유소 5곳을 운영 중이다.

이들 중국 현지 주유소에서는 단순히 휘발유 등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세차 공간과 주유소 병설 경정비점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설치해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 처음부터 해외 시장에 주력한 에쓰오일

1976년 설립된 에쓰오일은 가동 초기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국내 석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에쓰오일의 자부심이다.

에쓰오일은 매년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총생산량 1억9116만여 배럴 중 1억2084만 배럴을 수출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수출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도 에쓰오일의 자랑거리. 꾸준한 장기 투자로 국내 정유업체 중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 비율이 가장 높아 전 제품을 저유황, 경질화하는 등 제품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선진국 시장 진출의 바탕이 됐다.

최근 국제 시장에서 원유정제시설의 생산 마진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에쓰오일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도 BCC 생산 마진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덕분이다.

에쓰오일 측은 “최근의 상황은 우리처럼 수출 비중이 높고 고도화시설을 많이 보유한 정유사에 무척 유리한 셈”이라며 “이런 시장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인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SK에너지, 2015년 10억배럴 보유 추진

GS칼텍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유전으로…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SK에너지가 지난해 TV 광고에서 사용한 문구다. 물론 한국에서 석유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기업인 SK에너지가 올해 1월 기준으로 5억2000만 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SK에너지가 하루 평균 생산하는 원유와 가스는 3만6000배럴 규모. SK에너지는 2015년까지 보유 원유 매장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한국 국민이 50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2위의 정유회사인 GS칼텍스도 해외유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원유 5억 배럴 보유한 SK에너지

SK에너지가 지난해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투자한 돈만 6300억 원 규모다. 2004년에는 5개, 2005년 1개, 2006년 6개, 2007년 3개 등 매년 꾸준히 해외광구를 새로 확보해 현재 자원개발 프로젝트는 17개국 32광구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9월 페루 56광구의 원유 생산에 이어 10월 베트남 15-1광구에서 원유 증산을 시작해 일일 생산량 3만 배럴을 돌파했다.

SK에너지의 핵심 개발지역은 △페루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 해 연안국과 중동의 신규개방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지역 △북해 지역 등 크게 4곳. 2004년에는 페루 카미시아 가스전 사업 관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페루 리마에 지사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지사를 세웠다.

SK에너지는 이들 핵심 개발지역에서 광권을 직접 취득해 탐사사업에 나서는 방법 외에도 광권을 보유한 업체로부터 일정 지분을 사들여 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업 방법을 추진해 2016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에너지 자주화 비율 20%’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특히 중국에 이어 페루를 또 하나의 글로벌 거점으로 만든다는 전략하에 페루 사업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미 1996년부터 페루에서 자원 개발과 에너지 사업을 진행해 현지에 생산광구 3곳과 탐사광구 1곳을 확보한 상태다. 이들 광구에서 확보한 원유 환산 매장량은 3억3000만 배럴로 SK 전체 보유 매장량의 67%에 이른다.

○ GS칼텍스, 캄보디아 등에서 석유 탐사

후발 주자인 GS칼텍스도 해외 유전개발사업에 의욕적이다. GS칼텍스는 2003년 셰브론사에서 캄보디아 블록 A 해상광구 탐사권의 15%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유전개발사업에 진출했다.

GS칼텍스는 2006년에는 태국 육상 탐사광구의 지분을 일본 미쓰이그룹의 탐사회사인 MOECO사로부터 인수하고, 2007년 11월에는 베트남 해상 광구의 지분 일부를 셰브론사에서 인수해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GS칼텍스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2005년 1월에 인도네시아 탐사광구 3곳에 대한 탐사권 지분을 인수해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했다. GS홀딩스는 예멘과 카자흐스탄에서 광구 탐사 지분을 인수해 석유 탐사 사업을 벌이고 있다.

GS칼텍스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외에도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에서 추가 진출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유전개발사업을 통하여 GS칼텍스 1일 정제능력의 10%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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