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난 꿈속에서도 향기를 맡는 남자”(인터뷰)

  • 입력 2009년 2월 5일 07시 31분


1월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예홀.

영화 ‘키친’(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의 제작발표회 무대 뒤에서 배우 주지훈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대부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물기를 닦아냈다. 무대 위에서는 ‘키친’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주지훈은 “찬란했다”고 말했다. 그 “찬란한” 영상 속 이야기를 떠올리며 주지훈은 과거 속에 오롯이 남은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소중했던 추억이 떠올랐고 그 찬란한 영상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내 아름다운 과거를 생각했다.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느꼈다.”

5일 개봉하는 영화 ‘키친’에서 그는 프랑스로 입양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요리사를 꿈꾸는 선배 김태우에게 요리를 가르치다 느닷없이 다가온 여자와 사랑에 빠져든다.

김태우의 아내 신민아를 사랑하게 된 그는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남자다.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는 자유분방함.

‘키친’ 속 캐릭터는 실제 주지훈을 똑 닮은 것처럼 보인다. 그 자신 “20대 초반의 나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인터뷰 사이 사이 여전히 자유분방한 사고로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려는 욕구를 내보이고 있었다.

“집에서 독립할 나이도 됐고” 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주지훈은 혼자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고 서울 시내 거리를 아무 부담도 없이 걸어다닌다.

그 나이 또래라면 대부분 꿈꾸는 연애 또한 절실하지 않다. 작품 속에서 함께 호흡한 여배우들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연애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연기를 하면서 그 순간 만큼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난 별 생각이 없는데 누군가 날 좋아한다면 나도 좋아지는 느낌 같은 것 말이다. 물론 작품 속 이야기를 하는 거다.(웃음) 그러나 적어도 연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 ‘키친’ 속 사랑은 어떤가.

“인간의 기본적 욕구 가운데 식욕이 있다. 행복한 욕구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주는 공간이 ‘키친’이며 또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성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쩌면 또 다른,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어쨌든 극중 세 남녀가 사랑의 상처를 안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극중 나는 열려있는 친구다. 그래서 밉지 않으며 순수하다. 전혀 악의가 없는 행동으로 인해 사랑이 깨진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상처란 주관적인 거다. 사실이지만 쉬쉬했던 감정들이랄까? 난 내 연애에 만족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절실하지 않다.”

- 지금의 당신을 만든 건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 특히 친구들이다. 상대방에게 날 맞추려고 하지도 않고 나 또한 상대에게 그걸 강요하지도 않는다. 참 많은 걸 귀찮아하는 성격인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그렇지 않다.”

- ‘귀차니스트’인가보다.

“그렇진 않다. 평소 생각할 것도 많고 공상도 많이 한다. 매일 꿈을 꾸는데 희한한 건 그걸 다 기억한다는 거다. 그걸 연결하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단다. 돌이켜보면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앵글이 되기도 한다.”(웃음)

- 꿈을 온전히 기억한다니.

“냄새도 맡는 걸?! 마치 공기에 물이 섞인 냄새 같은 거. 기억을 읽어내는 것인데 날마다 냄새는 다르다.”

주지훈은 그렇게 진한 감수성을 지닌 청년처럼 보였다.

그림과 음악을 배우고 싶은, 그래서 그로부터 얻는 또 다른 표현방식이 있을 거라고 믿는 청년이다. 어떤 것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지만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데 욕구를 지닌 배우. 주지훈은 배우로서 그 자연스러운 욕구를 감추지 않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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