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위반 피소 1년새 5만여건 폭발적 증가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檢-警“미성년자가 60% 넘어… 대책 마련 필요”

법무법인들 무더기 소송뒤 합의 유도

“경미한 위반 청소년 기소유예 등 검토”

고교 2학년 손모(17) 군은 지난달 저작권 위반으로 경찰서에 나오라는 출석 통지서를 받았다.

2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무심코 올린 만화가 화근이었다. 고소를 한 만화 저작권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은 취하 조건으로 합의금 60만 원을 요구했고, 손 군의 부모는 아들이 혹시 전과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 합의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고교 1학년 김모(16) 군도 지난달 비슷한 경험을 했다.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영화 두 편을 올려놨다가 고소를 당한 것. 법무법인은 합의금으로 70만 원을 요구했다. 김 군의 부모가 법무법인과 여러 차례 통화한 끝에 50만 원을 주고서야 합의할 수 있었다.

최근 저작권과 관련해 소송을 남발하는 법무법인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 위반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미성년자인 것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누리꾼들을 무더기로 고소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6년까지 1만 건 남짓이던 저작권 위반 고소 건수는 2007년 2만333건, 2008년엔 7만8538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저작권법 위반 고소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도 20여 곳으로 늘어났다.

법무법인들이 위반 정도에 관계없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온라인에서 영화, 만화, 소설 등의 저작물을 많이 이용하는 미성년자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고소장에 나타난 피고소인 ID 가운데 미성년자의 비율은 27.1%. 그러나 경찰은 “미성년자가 부모의 ID를 쓰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미성년자의 비율은 60%를 넘는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무분별한 고소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판단해 다양한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면책 범위를 설정하는 등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 대상자가 초범이고 미성년자이면 고소를 각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또 경미한 저작권 위반 청소년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한해 저작권위원회가 주관하는 8시간짜리 교육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저작권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당한 저작권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조율을 거쳐 이달 중순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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