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승기]저작권 침해수익 누구 것인가

  • 입력 2008년 12월 24일 03시 00분


지난여름 동영상 불법복제 영업에 몰두하던 웹하드 업주가 무더기로 구속되었을 무렵, 수임료는 얼마가 되건 유능한 변호사를 찾아 달라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항간에서는 웹하드 업체가 개별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사용료는 미미하지만 거래량이 워낙 엄청나다 보니 영업이익이 상당한 수준이라고들 쑥덕였다.

2001년 제정된 범죄수익규제법은 성매매 알선이나 뇌물수수와 같은 범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하면서 여기서 얻은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19일자로 중대범죄에 ‘저작권 침해죄’를 포함하도록 범죄수익규제법을 개정한 뒤 내년 3월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저작권 침해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형 외에도 수익의 몰수·추징까지도 한꺼번에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의 효용으로 일상생활은 혁명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나 촛불시위라는 국민적 코미디가 상징하듯 인터넷의 역기능도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개정법의 취지는 우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법복제로 인한 수익을 악성 범죄자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권리자의 이익과 문화의 향상 발전이라는 저작권법 목적의 조화로운 해석은 저작권 연구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이다. 그 시대의 저작권 정책에 따라 권리자의 이익이 강조될 수도 있고, 저작물의 이용 확대를 통한 문화의 향상 발전에 무게가 놓일 수 있겠다. 지난 정부는 우호세력인 누리꾼의 눈치를 살피느라 (문화의 향상 발전과도 무관한) 인터넷상의 불법복제에 대한 대처에 태만했고 결국 영화시장 전체에 치명타를 입히는 우를 범했다. 새 정부가 등장하면서 불법복제에 대한 대응의 수위를 대폭 높였지만 시장은 이미 너무도 심하게 망가져 버렸다.

민사에서든 형사에서든 저작권 침해 주장은 ‘아이디어·표현 2분법(저작권법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을 보호한다는 원칙)’의 항변으로 자주 무력화된다. 실제로 저작권법의 대가 러니드 핸드 판사가 단언했듯 누구도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를 고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 경계도 저작권 정책의 향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터이다. 어렵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더라도 민사상 손해의 입증이 쉽지 않고, 그렇게 인정받은 손해가 권리자의 구제에 충분하지도 않다. 그래서 미국법의 징벌적 배상이나 법정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전 세계가 굴뚝산업에서 저작권산업으로 시각을 교정한 현재, 권리자의 보호를 통한 문화산업의 지평 확대는 시대적 요청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으로도, 이웃끼리 알음알음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저작권 침해로 파악하지 않았던 태도에 대한 반성마저 일고 있다. 규제에 드는 행정비용을 고려하여 사적 이용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였으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저작물 이용 상황의 추적이 손쉬워졌으므로 사적 이용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는 논거이다.

개정법이 발효되더라도 피해자의 구제를 도외시하고 범죄이익을 몰수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함에도 몰수의 필요가 있다면 몰수한 이득금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사회 전체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했으면 싶다. 미국 여러 주의 ‘샘 아들 법(Son-of-Sam Law)’은 흉악범이 자신의 범죄행각을 소설, 영화의 소재로 제공하여 경제적 수익을 챙기는 경우 이를 ‘범죄피해자단체’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참고가 될 듯하다.

홍승기 변호사·저작권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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