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회장 69% “내년 투자 줄것”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2010년 상반기쯤 위기해소” 47%

“SOC투자 등 재정확대” 31% “기업 선별지원” 24%

“금융권 유동성 지원 부족” 32% “정부대응 미흡” 32%

“기업-정부-금융권 협의 통해” 62% “시장자율로” 28%

동아일보 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 회장 71명 전원을 상대로 실시한 공동 조사 결과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인들의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서는 경제 주체 간 고통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함께 반영하고 있다.



○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사람’은 중시해야

전국 상의 회장 상당수는 이번 조사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감원(減員) 등 ‘인적 구조조정’보다 건물 매각이나 한계 사업부문 등 ‘자산 구조조정’을 훨씬 선호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겸 서울상의 회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은 다소 힘들더라도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려야 하며,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 등을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상의 회장들의 인식은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인위적 감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주목된다.

최근 기아자동차 노사가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주문이 밀리는 다른 차종을 생산하는 ‘노사합의문’을 채택했고, 국내 자산규모 기준 10대 그룹이 동아일보의 긴급 설문 조사에서 ‘과거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도 비슷한 흐름이다.

전국 상의 회장들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외환위기 당시에 사실상 정부 주도로 이뤄져 적잖은 후유증을 남긴 대기업 ‘빅딜(사업 맞교환)’과 같은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뜻을 피력했다.

전체의 62.0%는 구조조정의 바람직한 추진 방향에 대해 ‘기업과 정책당국, 금융권이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28.2%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개입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대한상의 측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부실 사업 부문 매각 및 양도를 원활하게 하려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자산 매각 등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추진 시 예상되는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한계기업 또는 회생가능 기업 선정의 오류’(38.6%)와 ‘특정 업종 선별에 따른 형평성 시비’(34.3%), ‘해당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 형성’(24.3%)을 지적했다.

객관적인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한계 기업과 회생가능 기업을 가리고, 회생가능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것을 막으려면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국 상의 회장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 경제 주체의 노력 중 미흡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금융권의 유동성 지원’(32.3%)과 ‘정부 대응’(32.3%)을 지목했다. 이어 대·중소기업 상생(15.8%), 경제 법안의 조속한 처리(11.3%), 노사 관계(7.5%) 순이었다.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해 동원해야 할 정책 수단으로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재정 확대’(30.9%), ‘한계기업 처리 및 회생 가능 기업 선별 지원’(24.3%), ‘유동성 지원 대책 보강’(22.1%), ‘세제 지원 확대’(13.2%)를 꼽았다.

○ “당분간 경제 회복 쉽지 않을 것”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비관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국 상의 회장 71명 전원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체의 71.8%는 ‘매우 안 좋다’고 평가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28.2%는 ‘안 좋다’고 했다.

내년 경제 전망과 관련해서도 38.0%는 ‘매우 안 좋을 것’, 59.2%는 ‘안 좋을 것’이라고 답해 전체의 97.2%가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문별로 내년도 투자 전망과 관련해 68.6%는 ‘올해보다 감소할 것’(60.0%) 또는 ‘매우 감소할 것’(8.6%)으로 답했다. 고용도 ‘올해보다 매우 감소할 것’(11.3%) 또는 ‘감소할 것’(63.4%) 등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74.7%였다.

국내 경제의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2010년 상반기(1∼6월)가 46.5%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10년 하반기(7∼12월)가 29.6%, 내년 하반기 19.7% 순으로 조사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상의 회장들이 말하는 위기극복 방안▼

정치권, 기업규제 완화법안 조속처리해야

유동성 지원 소극적 금융권에 특단 대책을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전국 상의 회장들의 견해도 물어보았다.

답변을 한 상의 회장 상당수는 각 경제 주체가 합심해서 경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길학 충남 서산상의 회장은 “정치권은 초당적인 협력 체제로 ‘거국 내각’을 구성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특히 기업 관련 규제 완화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서둘러 기업인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진 경남 사천상의 회장은 “정책당국과 금융권, 기업이 힘을 모아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는 등 노사 관계 안정에 힘써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지원 대책을 강화해 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았다.

이우경 경북 경산상의 회장은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대책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유동성 지원에 매우 소극적인 금융권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평규 강원 속초상의 회장은 “은행권은 대출금 회수 압박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위험을 줄이면서 영업이익을 내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역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경제 활성화 방안 필요’(신정택 부산상의 회장), ‘수도권 규제 완화 단계적 시행으로 지역 경제 황폐화 방지’(송영수 전남 순천·광양 상의 회장) 등 지역 경제를 배려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설문조사에 답한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

▽특별시 △서울 손경식(대한상의 회장 겸임·1명)

▽광역시 △부산 신정택 △대구 이인중 △인천 김광식 △광주 이승기 △대전 송인섭 △울산 이두철(6명)

▽경기 △수원 우봉제 △안성 이범익 △안양 박찬호 △부천 장상빈 △성남 변봉덕 △경기북부 노시청 △평택 권태경 △이천 신현익 △안산 한우삼 △화성 정시균 △용인 이병성 △김포 이용우 △군포 유병직 △하광 백남홍 △시흥 조시영 △광명 백남춘 △경기동부 김준택 △고양 우신구 △포천 김인만 △오산 유현수 △의왕 안성철 △파주 윤주칠(22명)

▽강원 △춘천 전수산 △강릉 김남훈 △원주 김민수 △삼척 최경덕 △속초 최평규 △동해 최명일 △태백 박학도(7명)

▽충북 △청주 이태호 △충주 류인모 △음성 최철 △진천 이승진(4명)

▽충남 △충남북부 김용웅 △서산 최길학 △당진 윤수일(3명)

▽전북 △전주 송기태 △익산 한용규 △군산 박양일 △정읍 신영길(4명)

▽전남 △목포 주영순 △순천-광양 송영수 △여수 김광현(3명)

▽경북 △김천 윤용희 △안동 이동수 △포항 최영우 △경주 이정우 △영주 정명훈 △구미 이동수 △경산 이우경 △영천 이희화 △칠곡 박노윤(9명)

▽경남 △마산 김상실 △진주 이윤우 △통영 유수언 △사천 강정진 △진해 김희수 △창원 박창식 △양산 황영재 △김해 박연차 △밀양 조용준 △함안 하성식 △거제 박홍진(11명)

▽제주 △제주 문홍익(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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