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거절했다고… 헤어지자 했다고… ‘해코지 댓글’ 여전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3시 00분


경찰 3주간 896건 적발… “경제위기 편승 기업 부도설 집중 단속”

건설회사 직원 이모(27) 씨는 지난달 모 은행 광주지점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점장이 담보도 없이 부정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의 글을 6차례나 올렸다가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경찰에서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아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30대 여성이 자신이 다니던 운전학원 강사를 해코지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9월 말부터 운전학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강사가 운전강습 중에 옷을 벗기고 성추행을 하니 조심하라’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려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고 악성 댓글과 욕설로 모욕을 주는 사이버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3주간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 댓글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896건을 관련 혐의로 적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명예훼손이 472건으로 가장 많고, 사이버스토킹 181건, 협박·공갈 150건, 모욕 93건 등이다.

경찰은 탤런트 최진실 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6일부터 전국 사이버 수사 요원 900여 명을 동원해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 댓글 게시 △인터넷 게시판, e메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협박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사이버 스토킹 등을 집중 단속해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가 여전히 판치고 있지만 사이버 악플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신고도 부쩍 늘었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단속 건수가 41%나 늘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예훼손과 사이버스토킹 등은 남녀 간의 애정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한쪽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데 불만을 품고 인터넷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거나 사이버스토킹을 한다는 것.

최근 울산에서는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요구하자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린 20대 남성이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고, 인천에서도 한 남학생이 헤어진 여자친구가 다니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쫓아다니며 ‘임신중절수술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또 “노조원이 비노조원을 상대로 모함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국금속노조 게시판에 비노조원을 가리켜 회사 프락치라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노조원 4명이 지난주 불구속 입건된 것이 대표적인 경우.

최근에는 경기악화에 편승한 악성 루머가 경찰의 집중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가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도설에 시달리던 대림산업은 급기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27일 “사설 정보지(찌라시)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찌라시는 모습을 감췄지만 증권가 메신저를 통한 루머는 계속 재생산되고 있다”며 “특히 기업 관련 루머는 실질적으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부도설 등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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