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사순이’도 노랗게 익는다?…삼성 마스코트 블레오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8시 46분


PO기간땐 인형옷 세탁 못해 변색…페브리즈+땀내 우리에겐 향수죠

“해가 떠도 블레오, 달이 떠도 블레오, 블레오가 최고야!”

삼성구단의 귀염둥이는 따로 있다? 일명 사순이, 사돌이로 통하는 ‘블레오’ 마스코트는 삼성 야구팬의 절친한 친구다.

‘블레오 사진을 어느 방송사 중계에서 많이 보여주느냐?’, ‘블레오 인형은 어디서 살 수 있나?’ 인터넷에는 야구 선수들 말고도 사순이 사돌이를 찾는 네티즌의 요청이 계속된다.

올해 ‘블레오의 노바디’는 경기 직후 네이버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경기 전 원더걸스의 ‘노바디’ 노래에 맞춰 안무를 보이는 마스코트의 춤은 수준급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현진영의 ‘흐린기억 속의 그대’, 빅뱅의 ‘하루하루’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블레오는 엄연한 ‘춤꾼’들이다. 블레오 중의 리더 김상헌(28)씨는 9년 경력을 자랑하며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춤을 춰왔다.

대구에 있는 이벤트 회사 ‘놀레벤트’ 소속의 김 씨는 2년 전 처음으로 ‘블레오’라는 캐릭터 응원 팀을 꾸리고 팀원들을 교육시켰다. 블레오들은 상대 선수 연습하는 곳에 가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기도 하고, 빈볼시비를 재현하고, 얼굴을 쏙 빼고 몸집만 보여주는 엽기 포즈도 선보인다.

특히 능숙한 덤블링으로 주목을 받은 이범형(20) 씨는 전국 합기도 1등의 경험을 자랑하는 실력자다. 팀원들 사이에서 여자들에게 인기 있기로도 유명하다. 김현재(23) 씨와 김준찬(23) 씨는 10대 때 ‘질풍’이라는 비보이 팀에서 함께 활동한 친구다.

이들은 “인형을 쓰면 새로운 인생, 엄밀히 말해 새로운 동물이 된다”며 사자인 사순이, 사돌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인기를 얻은 히어로즈 턱돌이에 대한 경쟁 의식은 없다. 블레오들끼리 개인기로 경쟁할 뿐이다. 야구 경기가 없는 날에 평소에 하던 장난을 그대로 녹여내 춤이나 행동으로 계발하고, 그 때 블레오 옷을 빤다.

요새 사순이, 사돌이 옷은 하얗지 않고 다소 노르스름하다. 플레이오프 때는 세탁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 옷에는 페브리즈 제품 향기와 땀내가 섞여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들은 “블레오 향수 숍을 차릴까 생각 중”이라고 웃으며 “그래도 8개 구단 중에 가장 옷을 자주 빠는 편”이라고 했다.

가장 친한 야구 선수는 없을까? 모두 공통되게 ‘진갑용’을 꼽는다.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개그맨 같다. 감각이 남다르다”고 추켜세우며 “캐릭터(인형 얼굴)를 씌워야 해요. 머리만 써도 될 텐데…”라고 말했다. 블레오가 믿고 따르는 형이라고 했다.

이승엽과 김제동과도 절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여자 사순이는 왜 없을까? 사람들이 아무나 와서 툭툭 치고 때린다. 과격한 경우 사자 꼬리를 떼어버리거나 담뱃불을 머리에 그대로 붙이기도 한다. 사순이의 빨간 리본이 불에 그을려 펑크가 난 적도 있다.

이렇다보니 여성 멤버 영입이 힘들다. 항간에는 사순이가 여자라는 설이 있는데 일단 여자는 없다.

이들은 리더만 월급을 받고 나머지 팀원은 수당을 받는다. 열악한 수입과 환경으로 힘든 게 많지만, 꿈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선수들 연봉으로 사순이, 사돌이 돈 좀 줘라’라는 인터넷 댓글에 감동했다고 한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대구 오리온스 쫄쫄이 응원단으로 뛴다.

2010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가서 ‘각설이’ 공연을 하는 게 목표다. 캐릭터 계발도 끝났고 시놉시스도 있다. “동생들이랑(블레오 팀원) 군대 가 있는 동생까지 다 불러서 같이 영국 가서 성공하는 게 꿈이에요” 일단 투자비 1억을 모으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팀원들은 각기 한 명 당 “500만원을 모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잠실|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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