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4년반만에 77조원 급증…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집값하락-금리상승 ‘직격탄’ 우려

은행권 PF대출도 1년반새 85% 증가

집값 급락땐 유동성 문제 불거질수도

■ 부동산에 묶인 돈 얼마나

당정의 주택투기지역 단계적 완화 등의 조치는 주택가격의 급속한 하락과 이에 따른 금융권 부실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산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면 한국의 금융권 상황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 금융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이유가 주택투기지역 등과 관련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라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리상승땐 가계 빚 연체 증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국내 예금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229조4771억 원. 4년 반 전인 2003년 말(152조5320억 원)보다 76조9451억 원(50.4%)증가했다.

특히 2000년 이후 급증한 가계대출의 47%는 주택담보대출이었고, 이 중 95% 이상은 시장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바뀌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일 연 6.12%(91일물 기준)로 2001년 1월 19일(연 6.16%)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조만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증권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변동형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가계부채의 연체율 증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와 함께 금융회사들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 은행들 고수익 쫓아 PF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은 금융당국이 가장 걱정하는 잠재적 뇌관이다. PF대출은 금융회사가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 기법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PF대출은 2006년 말 25조8608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47조9122억 원으로 1년 반 사이 22조514억 원(85.3%)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총대출이 878조9057억 원에서 1088조8491억 원으로 209조9434억 원(23.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3.6배의 속도로 증가한 것. 은행의 총대출에서 부동산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말 2.9%에서 올해 6월 말에는 4.4%로 높아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가 비싼 PF대출의 비중을 늘려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으며 보증을 섰고, 담보도 확보돼 돈을 떼일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국내외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특히 12조2000억 원 규모인 상호저축은행들의 PF대출 부실이 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20일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저축은행의 총대출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은행보다 높고 연체율도 높아서 감독당국이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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