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 인격살인은 표현의 자유 아닌 범죄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최진실 씨 자살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 악성 댓글(악플)과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수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및 인터넷 실명제(實名制)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법)을 개정해 친고죄인 사이버 명예훼손죄 외에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인지(認知)수사해 처벌할 수 있는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정보통신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인터넷 공간을 감시 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반대한다. 최재성 대변인은 “고인이 된 최 씨를 팔아서 정권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발상은 인터넷상의 삼청교육대법과 같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실효성(實效性)이 없다며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반대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사생활권(프라이버시 권리), 인격권, 명예권과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를 규율하는 이른바 사이버법은 현실공간의 법질서와 달라야 한다는 관점을 놓고 세계적으로 논란이 치열하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 중 어느 쪽도 무제한의 불가침적(不可侵的) 권리는 아니다. 두 법익(法益)이 충돌할 때는 표현의 사실 여부, 그리고 악의성(惡意性), 표현 수단의 적합성이 두루 고려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익명으로 인격살인에 해당할 정도의 댓글을 달고 허위사실을 퍼뜨려 개인과 사회에 일파만파의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지만 악플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사이버 공간의 건전한 토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 인격살인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로 봐야 한다.

여야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허위사실 유포와 사이버 인격살인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제도를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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