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슴 때문에 고개 숙인 남자, “나도 벗고 싶어요”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여성형 유방, 가슴제거술과 지방흡입술로 어깨 펴고 당당하게!

“수영장에 못 갑니다.”

배가 심각하게 나와서일까? 몸에 흉한 흉터나 용 문신이라도 있어서일까? 아니다.

직장인 서진환(29·가명) 씨는 겉으로 보면 탄탄한 근육을 가진 ‘몸짱’이다. 하지만 그는 남이 모르는 콤플렉스 때문에 수영장 한번 못 갔다. 남성인데도 A컵 사이즈의 가슴이 불룩하게 나온 것이다. 바로 ‘여성형 유방’이다.

“특히 여자들 앞에서 부끄럽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서 씨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의외로 많은 남성이 서 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일부 남성은 가슴 근육을 키우면 불룩하게 나온 유방도 근육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 운동에 매달린다.

압구정서울성형외과 가슴성형센터 노종훈 원장은 “여성형 유방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남성 대부분은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근육과 젖샘은 위치가 다르다. 아무리 근육을 키워도 불룩하게 나온 가슴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이 운동으로 가슴을 키우거나 줄일 수 없듯 남성도 운동으로 여성형 유방을 고치진 못한다.

여성형 유방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노출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 남성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성형 유방에 가슴앓이를 하면서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이 해마다 늘고 있다. 노 원장은 “노출의 계절인 여름을 앞두고 여성형 유방 수술을 하는 남성이 특히 많다”고 전했다.

○ 여성호르몬 과다 분비가 원인

여성형 유방은 호르몬 분비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기엔 성호르몬의 분비량이 급격히 많아진다. 이 시기는 남자도 여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일시적으로 많아지면서 유선조직이 발달하고 가슴의 크기가 다소 커진다. 하지만 사춘기가 지나면서 다시 작아진다.

이 때 가슴의 크기가 줄지 않고 그대로 멈춰 버리면 여성형 유방이 된다. 이를 ‘유선형’이라 부른다. 한편 유선조직 주변에 지방세포가 밀집돼 가슴 부위에 유달리 살이 많이 찌면서 가슴이 커지는 여성형 유방도 있다. 이는 ‘지방형’으로, 보통 전신비만과 함께 나타난다.

실제로 여성형 유방은 ‘유선형’과 ‘지방형’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형’이 많다.

각종 질환이나 약물요법의 부작용으로 가슴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갑상샘 기능항진증, 간질환, 콩팥질환 등으로 가슴이 커지기도 한다. 또 스테로이드제 등 호르몬제나 소화궤양치료제, 진정제, 고혈압 치료제 등을 복용할 때에도 일시적으로 가슴이 커질 수 있다.

○ 해결법 모르는 남성 의외로 많아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은 사춘기와 군 복무기간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인데다 스스럼없이 옷을 벗어야 할 상황에 자주 직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몸짱’ 열풍이 불고 노출 패션이 유행하면서 수술을 감행하는 남성이 늘어났다. 몸에 달라붙거나 가슴이 노출되는 옷을 입기에 곤란을 느낀 남성들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자들은 불룩한 가슴 라인과 유두가 드러나기 때문에 속옷을 따로 챙겨 입거나 몸에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겉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여름철 레저와 스포츠도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에겐 ‘남 얘기’다.

문제는 여성형 유방이 질환의 이름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남성이 많다는 것이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선택할 때에도 어느 과로 가야 할지 모른다.

한 달 전 여성형 유방을 수술한 김명환(가명·27) 씨는 “여성형 유방이란 이름도 수술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이름을 몰랐을 때는 병원을 가도 증상을 설명하기가 난감했다”고 말했다.

여성형 유방을 수술한 남성은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여성과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불룩하게 나온 가슴이 사라지고 남성미를 찾으면서 몸매에 자신감을 얻는다.

○ 젖샘과 지방세포를 제거해야

여성형 유방은 유선조직을 제거하거나 지방세포를 없애는 수술만이 해결법이다.

유선형은 유선조직을 제거해야 한다. 지방형은 지방흡입술을 통해 지방세포를 뽑아낸다. 유륜 절개를 통해 유선만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유륜은 짙은 갈색을 띠면서 작은 돌기가 많이 나 있어 수술 흉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수술을 할 때 지방세포나 유선조직을 너무 많이 남겨두면 수술 후에 불룩한 느낌이 남을 수 있다. 반면 너무 많이 제거하면 가슴이 움푹 패여 보일 수 있다. 지방세포를 적당히 남겨 가슴을 편평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수술의 핵심이다.

수술은 수면마취로 진행하고, 수술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 다음날부터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하다.

노 원장은 “여성형 유방은 사춘기 때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므로 너무 어려서부터 고민할 것은 없다. 사춘기가 지나고 성장기가 끝난 다음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