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년 교과서 졸속개편 우려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교과 연구학교 2000년엔 31개교… 올해는 11개교

교과부, 예산 부족 이유 대상학교 대폭 줄여

학생 가장 많은 서울-경기 지역 제외도 문제

내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이 사용하게 될 새 국정교과서 개편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연구학교가 줄어들어 개정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새 교과서는 모두 6종으로 내년 전국적인 보급에 앞서 3월부터 과목별로 5, 6개 연구학교에서 실제 수업에 사용하며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학교 크게 줄어=교과부는 이번 교과서 개정을 위해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은 전국에서 5개교, 국어 수학 특별활동은 6개교 등 모두 11개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했다.

2000년 현재 초등 1, 2학년이 쓰고 있는 교과서 5종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는 과목별로 연구학교가 31개교였다.

연구학교는 실제 교과서 보급 전에 일선 학교에서 이를 사용해 보고 문제점이 있으면 수정하기 위한 것인데 다양한 오류 수정 기회가 줄어 검증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학교 검증 작업을 통해 표현이나 어휘, 지문 등이 수정되거나 삽화나 도표가 추가될 수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교과서를 직접 사용해본 뒤 개선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 지역이 배제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어와 수학은 서울 지역, 바른 생활과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은 경기 지역 학교가 연구학교 지정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당초 30여 개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려 했지만 예산이 대폭 삭감돼 포기했다”며 “일선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어 결국 숫자를 대폭 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과정 개편과 교과서 개발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연구학교 축소에 우려를 나타냈다.

5∼7차 교육과정 개편에 참여한 현직 교사 이모 씨는 “많은 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질 높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면서 “학교당 1000만 원의 예산이 없어 교과서 개발을 졸속으로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단체협약도 걸림돌=시도교육청과 교원노조가 맺은 단체협약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는 시도교육청이 교원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해당 학교 교사의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연구학교 신청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교원노조의 반대로 연구학교 참여를 꺼리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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