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서울공항 옮기라고” 공군 술렁

  • 입력 2008년 5월 15일 17시 14분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에어쇼 행사 장면. 서울공항은 대북 관련 작전뿐 아니라 국가 위급 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서울공항 이전을 거론해 공군과 국방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 왼쪽) 서울공항 이전을 거론하게 된 첫째 이유는 롯데그룹이 112층 높이로 짓겠다고 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있다. 서울 송파구와 분당 주민들도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서울공항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에어쇼 행사 장면. 서울공항은 대북 관련 작전뿐 아니라 국가 위급 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서울공항 이전을 거론해 공군과 국방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 왼쪽) 서울공항 이전을 거론하게 된 첫째 이유는 롯데그룹이 112층 높이로 짓겠다고 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있다. 서울 송파구와 분당 주민들도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서울공항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MB, 경제 위해 군부대 이전발언 후폭풍

"성남기지 가치 모르는 군 통수권자" 분노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공군이 술렁이고 있다. ‘군은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사석에서 만난 다수의 전현직 공군 인사들은 “이명박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분노를 터뜨린다.

이유는 이 대통령 특유의 ‘기업 프렌들리’ 정신 때문이다. 4월28일 이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도시는 옮길 수 없지만 군부대는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롯데그룹이 14년 동안 추진해온 서울 잠실의 112층짜리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대북 정찰 감시, 안보 핵심 기지

이 대통령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외국 귀빈을 태운 대형 항공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1년에 한두 번 오는 귀빈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같은 태도를 취했으나, 공군을 대리한 국방부의 반대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못했었다.

서울공항은 대통령 등 귀빈이 사용할 때만 쓰는 대외명칭이고, 정식 이름은 공군 성남기지다. 공군 인사들은 하나같이 “성남기지는 대통령과 외국 귀빈의 입출국만을 위한 공항이 아니라 공군 작전을 위한 기지다. 또한 국가 비밀에 속하는 아주 중요한 일도 수행한다”고 지적한다.

이 대통령이 서울공항의 가치를 “나나 외국 귀빈은 1년에 한두 번밖에 서울공항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에 대해 공군 인사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핵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이나 정찰기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외국에서 발사한 위성의 기능 일부를 임차해 북한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 그러나 위성은 일정하게 지구 궤도를 돌고 있어 우리가 꼭 보고자 하는 시간에 북한을 살피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한국 공군, 정보사, 통신감청부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금강정찰기와 백두정찰기다. 두 정찰기는 휴전선 남쪽을 비행하면서 북한 지역을 촬영하고(금강정찰기), 북한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포착한다(백두정찰기). 이 정찰기들 덕에 한국은 대북 정보를 100% 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렇듯 한국 안보와 정보 자주화의 초석인 백두·금강정찰기가 뜨고 내리는 작전기지가 바로 성남기지다.

금강·백두정찰기는 비행 중 지상기지와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데, 이러한 지상기지는 성남기지를 중심으로 건설돼 있다. 따라서 백두·금강정찰기를 다른 기지로 옮긴다면 이 지상기지도 함께 옮겨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성남기지에는 정찰기와 함께 다수의 수송기를 보유한 15혼성비행단이 배치돼 있다. 따라서 성남기지를 폐쇄하면 15혼성비행단은 다른 기지로 이동해야 하는데, 다른 기지는 전투비행단 등이 포진해 있어 이들을 받아줄 수 없다. 이것이 새로운 기지를 만들지 않는 한 성남기지를 폐쇄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성남기지는 미 육군 정찰기를 운용하는 17항공여단 1대대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맺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성남기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성남기지를 폐쇄하려면 이 협정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나 성남기지를 폐쇄하기 위한 협정 개정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유사시 성남기지는 미국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금 발매 중인 주간동아 636호에 실린 기사를 요약한 것입니다. 전문은 동아닷컴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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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에어쇼’

[화보]112층 높이의 제2롯데월드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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