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마음이 시드는 청소년들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학업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과 진료 5년새 88% 늘어

세브란스병원 보고서

고교 1학년 김모(16) 군은 얼마 전부터 사는 것이 지겨워졌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거나 책을 들여다보는 것도 싫어졌다. 정신과 상담을 받은 김 군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공부에 대한 압박감과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다 정신과를 찾는 청소년이 급증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8일 입수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팀의 ‘2002∼2007년 18세 미만의 정신장애 진료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18세 미만의 정신장애 환자는 14만4880명에서 27만3396명으로 88.7% 늘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미성년자 정신장애 진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이 168.9%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서울 등 6개 시도를 제외한 10개 시도는 모두 100%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증가율이 높았다. 다만 서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미성년자의 정신과 진료가 널리 확대됐기 때문에 증가율은 35.5%로 다소 낮았다.

연령대별로는 중학생 환자의 증가율이 164.8%로 가장 높았는데 이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공부 스트레스가 가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취학아동은 33.2%, 초등학생은 136.0%, 고교생은 82.6%의 증가율을 보였다.

서울 지역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로 정신장애 유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등 행동장애가 각각 68.6%와 55.0%로 주를 이뤘지만 중학생 때부터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 기분장애가 많았다.

중학생 31.0%, 고교생 33.4%가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고교생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형 장애가 36.5%로 가장 높았다.

송 교수는 “환자가 늘었다는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얘기도 되지만 공부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아이들이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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