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인생을 보람있게]<3>사회공익 부문 시니어들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돈만 기부하나요? 내 경험도 사회에 환원”

《“예순 해를 넘기고서야 자식과 직장 걱정에서 벗어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네요.” 2002년 외환은행 지점장으로 은퇴한 김신형(60) 씨는 최근 무리를 해서 인천 부평구에 조그마한 아파트를 얻었다. 퇴직 후 강화도에 전원주택을 마련했지만 얼마 전 입사한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까지 출퇴근하기가 벅찼기 때문이다. 아파트까지 따로 장만해 그가 얻은 직책은 사회제안센터 ‘연구원’이다. 대형 은행 지점장을 거쳐 중소기업 상무이사까지 지냈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김 씨처럼 전문직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뒤 사회공헌 일자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해피 시니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순 넘어서야 정말 하고싶은 일 찾아

퇴직 전 시민단체 경험해 보면 도움”

○ 경제, 공직감시 분야에서 눈부신 활약

2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지역홍보센터에서 만난 김도홍(62) 씨는 능숙한 영어와 일본어로 외국인 투자가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전문위원으로 외국인 투자유치를 맡고 있다. 246개 지방자치단체의 특산물을 설명하고, 지자체와 구매자를 이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통역에서 마케팅까지 1인 2역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비결은 그의 경력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97년 한국관광공사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퇴직한 그는 5년간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태권도, 도자기, 사찰 등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특정 분야를 여행상품으로 개발해 팔았다. 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정보를 훑었고 자연스럽게 지자체의 특산물 정보에 밝게 됐다.

외국어와 마케팅 지식은 관광공사 재직 시절 미국과 일본지사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익혔다.

또 다른 해피 시니어인 원유광(60) 씨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며 공직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한국전력에서 계약, 인사, 설계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공공부문의 틈새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 씨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의 청렴도 종합대책추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위촉돼 건설, 교통, 인사, 세무행정에 대한 반(反)부정부패 정책자문을 맡았다.

○ 퇴직 앞두고 미리 준비할 필요 있어

“비록 기부할 돈은 별로 없지만, 내가 경험한 것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곳에 지원했습니다.”

김도홍 전문위원은 지난해 8월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 아카데미 1기 과정에 지원했다. 제2의 인생을 뜻 깊게 살자는 광고문구에 마음이 끌렸다.

그는 “수업을 받으면서 이 나이에도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시민단체가 무척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해피 시니어는 퇴직에 앞서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거친다.

원유광 기획실장은 퇴직을 눈앞에 둔 2005년 중국문화원에 가입해 중국어 공부에 빠졌다. 이듬해에는 일본문화원을 찾아 일본어까지 배우기 시작했다.

원 실장은 “퇴직이 다가올 무렵 일과 후 시간에 자신에게 맞는 시민단체 활동을 미리 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문의는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홈페이지(www.makehappy.org)나 전화(대표 02-3210-0909)로 할 수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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