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당선자 66.2%가 “보수적”… 전국 평균보다 높아

  • 입력 2008년 4월 15일 02시 58분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응답자 영남 81.6%…호남선 14.8%

민주 당선자 52.4% “美가 가장 중요한 무역-외교 파트너”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22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특징은 이념의 보수화다.

보수(9.0%)와 중도보수(52.3%)라고 답한 당선자를 합하면 응답자의 61.3%(136명)에 이른다. 진보(1.4%)와 중도진보(31.5%)를 아우른 32.9%(73명)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18대 국회의 보수화는 4년 전 조사 수치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2004년 4월 본보가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및 아시아재단과 공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중도’라는 답변자(46.3%)를 제외하면 보수 및 중도보수 응답자는 24.3%로 진보 및 중도진보 응답자(29.4%)에 못 미쳤다.

‘한국에 가장 중요한 협력국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이 같은 보수화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4년 사이에 미국 중시론자는 52.3%에서 59.6%로 늘고, 중국 중시론자는 39.4%에서 35.2%로 줄었다. 지난 4년간 무역 투자 관광 유학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중요도 인식에서는 중국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미국의 비중이 늘었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보수화=18대 국회의 보수화는 수도권이 선도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보수(10.8%)와 중도보수(55.4%)를 포함한 ‘보수적’ 당선자가 66.2%(55명)였다. 전국 평균 61.3%보다 높은 수치다. ‘대도시는 진보적이고, 농촌지역은 보수적’이라는 기존 통념을 깬 결과다. 과거 진보운동을 했던 한나라당 임해규 당선자 역시 “나는 중도보수”라고 답했다.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영남은 가장 보수적이었다. 81.6%가 보수 혹은 중도보수라고 답했다.

호남에서는 관료 출신인 강봉균 당선자를 포함해 4명만 “나는 보수”라고 답해 보수 성향 당선자가 14.8%에 그쳤다.

▽초선은 보수, 재선은 진보=대부분 진보 성향이었던 17대 국회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108명 가운데 재선 고지에 오른 당선자들은 대부분 진보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영향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는 중도진보 혹은 진보’라고 말한 재선 그룹의 비율은 50.7%나 됐다. 초선, 3선 당선자 가운데 ‘진보적’ 성향을 보인 응답자가 각각 17%, 36.1%인 데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당분간은 중국보다 미국”=한국의 무역 외교 파트너를 묻는 질문에 ‘미고중저(美高中低)’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은 4년 전과 크게 대비된다. 4년 전에는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당선자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미국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차이나 쇼크’를 유발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추세가 달라졌다. 열린우리당의 맥을 이은 통합민주당에서도 미국 중시가 52.4%로 중국 중시(41.3%) 응답자보다 많았다.

이 같은 변화는 2004년 본보 조사 이후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 공개되면서 나타난 중국에 대한 국민 저변의 거부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농림부 장관 출신으로 광주에서 당선되면서 5선 고지에 오른 민주당 김영진 당선자는 “미국은 동맹으로서 기본적으로 우호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준다”고 평가했다.

10년 뒤 비슷한 조사를 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중요도는 좁혀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응답자 가운데 미국계 씨티은행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민주당 이성남 당선자는 “10∼20년을 생각하면 미국이 중요하지만 더 장기적으로 보면 역시 중국”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김성곤 당선자도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초선그룹이 중국을 중시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초선 당선자 가운데 “미국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평균치(59.6%)보다 낮은 47.6%(50명)에 그쳤고, 중국을 최대 파트너로 꼽은 응답자는 평균치(35.2%)보다 높은 45.7%(48명)에 이르렀다. 중국 중시 현상은 재선그룹에서는 24.3%, 3선 그룹에서는 22.2%에 그쳤다. KT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창조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이용경 당선자는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영향이 크다”고 답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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