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례행사 등록금 시위, 근본 해결책 없나

  • 입력 2008년 3월 28일 23시 01분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 등 수천 명이 어제 서울시청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집회를 열었다. 대학가 연례행사인 등록금 투쟁이 서울 도심으로 진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집회에선 4·9총선에서 등록금 인하 투쟁에 동조하는 정당 후보들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등록금 정책을 총선 공약에 포함시켜 학생들과 연대하고 있다.

‘어머니, 피를 뽑아서라도 대학에 다니고 싶습니다’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내건 민노당은 18대 국회 첫 입법 과제로 ‘등록금 150만 원 상한법’을 공약했다. 진보신당은 가구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다. 총선에 맞추어 등록금 인상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득표 전략에 써 먹으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등록금 문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비 지출은 많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부담률이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보다 낮다. 초중등 교육 여건 개선도 시급한 만큼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급속히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양질의 교육에는 투자와 지출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사립대 학비는 연간 4만∼5만 달러로 우리의 5, 6배나 된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등록금 동결과 대학 재단의 전입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대학 재정난 타개를 위한 기여입학제에는 반대하는 모순된 주장을 편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안 제시도 없이 전국 대학에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서한을 보낸 것은 대학 자율화에 역행하는 행정권 남용이다. 물론 일괄적으로 등록금을 규제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미국 명문대학들처럼 일정 소득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낮춰주는 방안은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여건에서 대학들은 등록금과 기부금, 재단전입금, 수익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외국과 달리 기부금이 거의 없어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학의 현실을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 대학도 재정을 공개하고 등록금 책정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해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연례행사가 된 등록금 투쟁을 끝낼 현실적 방안을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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