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면 후회’ 부산국제영화제 인기 예감작 10편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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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4일부터 12일까지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과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CGV 대연점 및 중구 남포동 일대 부산극장과 대영극장 등 6개관에서 열린다.

어느 영화를 볼까? 항상 엄청난 양을 선보이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는 관객이라면 언제나 하는 고민이다.

올해도 64개국 275편의 영화가 소개되어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행사 기간 매일 30편씩 봐도 다 보지 못할 정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장르와 국적을 골고루 섞은 인기 예감작 10편을 추천한다.》

난 퇴각명령을 못 들었다고!!

○ 집결호, 펑샤오강(馮小剛) (개막작)

중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 중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펑샤오강 감독의 작품이다.

1948년 겨울 인민해방군과 국민당이 맞붙은 화이하이(淮海) 지역 전투에서 부대원 중 홀로 살아남은 구이찌디 중대장은 자신이 ‘집결호(퇴각 호령)’를 듣지 못해 동료들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게다가 전사한 동료 46명의 신분이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 처리가 되었음을 알게 된 그는 동료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기 위해 긴 여정에 오른다.

중국의 화이브러더스와 한국의 MK픽처스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특수효과팀이 전쟁 장면에 참여했다. 예매에서 17분 16초 만에 매진된 화제작이다.

이란 탈영병 셋과 눈밭을 걷다

○ 눈밭 속의 세 사람, 나기 네마티 (아시아 영화의 창)

힘든 훈련 때문에 군부대에서 이탈한 군인 세 명과 밀입국하려다 눈밭 속을 헤매던 중 낙오된 임신부가 만나는 로드 무비 형식. 탈영병의 모습이 거울처럼 이란의 현실과 인간의 가치를 동시에 돌아보게 만든다. 차가운 눈안개와 따뜻한 온천의 물안개가 대비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불법이민과 추적, 호주 영화의 오늘

○ 럭키 마일즈, 마이클 제임스 롤런드 (월드 시네마)

호주 영화의 현재를 잘 보여 주는 작품. 인도네시아의 어부이자 인신매매상, 그에게 속아 방황하던 불법이민자들이 만나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과정을 그렸다. 이들이 벌이는 심리적 갈등은 정치성을 띤 이 영화의 핵심. 감독은 세계화에 찬동하는 토머스 L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와 1980년대 후반 호주 필바라 지역을 떠돌던 난민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발리우드 최고 이야기꾼의 최신작

○ 구루, 마니 라트남 (아시아 영화의 창)

인도 ‘발리우드’의 최신작으로 인도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마니 라트남의 20번째 영화. 사업가를 꿈꾸는 구루칸 데사이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발리우드 영화의 리듬에 맞춰 풀어내는 대하드라마다.

태국판 태왕사신기?

○ 나레수안 왕 1·2, 차뜨리찰레름 유꼰 (아시아 영화의 창)

‘수리요타이’의 감독 차뜨리찰레름 유꼰이 다시 한 번 도전한 대작. 3부작 ‘나레수안 왕’ 시리즈에 포함된 2편. 16세기 아유타야 왕국을 배경으로 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는 나레수안 왕의 독립투쟁 및 일대기.

필리핀 수재 8명의 ‘피플 파워’

○ 피사이, 아우라에우스 솔리토 (아시아 영화의 창)

1980년대를 배경으로 수재들이 다니는 필리핀 과학고등학교에 모인 8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학교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 성장영화지만, ‘피플 파워’라 불리던 1980년대 필리핀을 휩쓸었던 시대적 분위기도 놓치지 않았다. 8명의 연기자 중 7명이 비전문 배우이며, 실제 필리핀 과학고 출신도 있다.

국민배우 안성기가 아역으로?

○ 돼지꿈, 한형모 (한국영화 회고전)

‘자유부인’을 만든 한형모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임대주택에 사는 교사가 돼지꿈을 꾼 뒤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소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당대 최고의 캐릭터 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김승호와 이예춘의 연기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자 안성기의 어린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형은 공산주의자, 동생은 파시스트 당원

○ 형은 외아들, 다니엘레 루케티 (월드 시네마)

안토니오 펜나키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작품. 1960년대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공산주의자인 형과 파시스트 당원인 동생의 갈등을 담았다. 이 시기는 극좌파 단체인 ‘붉은 여단’으로 인해 이탈리아 국정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 직전. 직접화법으로 정치를 논하는 대신,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혈연의 끈을 놓지 않는 형제의 사랑과 성장이라는 더욱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선을 좇는다.

아이슬란드판 ‘살인의 추억’

○ 살인의 기억, 발타사르 코르마쿠르 (월드 시네마)

아르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동명 소설이 원작. 30년의 세월과 아이슬란드 전역을 무대로 한 일종의 스릴러풍 필름 누아르 영화. 30년 전 죽은 한 소녀의 무덤 사진만을 단서로 삼아 한 노인의 살해 사건을 풀어 간다. 수사 과정을 통해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틀거리는 아이슬란드 사회의 모습을 보여 준다.

‘에반게리온’의 신도여 모여라

○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序), 안노 히데아키 (폐막작)

199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열혈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 1997년 개봉된 극장판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는 했지만 모호한 결말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결말로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향후 계획한 신극장판 3부작 중 첫 번째다. ‘세컨드 임팩트’의 충격으로 인류의 절반이 사망한 뒤 생존을 걸고 벌이는 네르프와 사도와의 전투를 담았다. 9월 1일 개봉 후 일본의 한 영화잡지는 40쪽을 할애해 소개할 정도로 큰 반향을 낳았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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