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지구 휩쓰는 5㎜의 정복자

  • 입력 2007년 7월 2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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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7일 일본 시마네 현에서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몇 초 만에 통과되자 한반도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울분과 분노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일본 각지에서 집결한 우익단체들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군처럼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활보했다. 더구나 100여 명의 회원 가운데엔 군복 차림에 삭발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니 그들의 한반도 침탈 야욕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국가의 침탈이 꼭 군사력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호시탐탐 다른 나라를 넘보는 곤충도 있다. 남미가 원산지인 살인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는 악명이 높다. 이들은 1930년 남미에서 출발한 화물선의 목재에 묻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했다. 플로리다 전역을 장악한 이들은 토착 개미종을 밀어내고 우점종이 됐다.

이들은 보통 100만 마리가 넘는 개체로 구성된 대형 군서(群棲)를 이룬다. 이들이 플로리다에서 북서로 진격해 올라가면서 캘리포니아와 다른 서부 지역까지 퍼져 나가자 토착 개미의 3분의 2가 사라져 버렸다.

붉은불개미는 몸은 작지만 매우 공격적이어서 가축을 물어 눈을 멀게 하는가 하면, 가정집에 침입해 사람도 무는데 물린 사람은 쇼크로 절명하기도 한다. 전선을 갉아 가전제품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농장에 침투해 어린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이들을 방제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타임지에 ‘미국은 붉은불개미에게 항복할 것인가?’란 글이 실린 적도 있다.

2001년 호주에서도 살인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이들은 대형 군서를 이뤄 수십 km까지 퍼져 나가 가축을 공격하는가 하면, 농작물을 해치고 토착 곤충까지 무참히 공격해 호주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이들이 미국에서 들어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미국보다 더 왕성하게 번식해 호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드디어 2004년 11월 중국 광둥(廣東) 성 일대에서 살인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이들은 2005년 11월부터 잔장(湛江) 시 인근 우촨(吳川) 마을 주민을 공격해 일부 농민과 어린이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이에 따라 광둥 성 검역 당국은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살충제를 긴급 배포했지만 주민들은 살충제가 전혀 효과가 없다며 다른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붉은불개미는 홍콩으로 건너가 홍콩 외곽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다 급기야 홍콩 시내까지 침투했다고 한다.

이들은 남미에서 미국, 호주, 중국에 이어 홍콩까지 침략했다. 이제는 우리나라까지 넘보고 있다. 가시적인 영토 침탈 야욕도 경계해야 하지만 은밀하게 침투하는 살인 붉은불개미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병진 원광대 생명과학부 교수·세계곤충학회 운영위원·kbjin@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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