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톨스토이 ‘부활’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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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루의 절반은 태양이, 나머지 절반은 별빛과 달빛이 지구를 수놓습니다. 푸른 숲에선 맑은 눈동자를 지닌 사슴이 뛰놀고, 푸른 바다에선 은빛 물고기가 떼를 지어 노래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투명한 하늘에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별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별, 지구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생물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별 지구의 아름다움을 맘껏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을 누려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지구를 쉽게 떠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은, 아름다운 별 지구에서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꼭 한번은 지구와 이별해야만 합니다. 삶의 어느 때, 지구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지구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다시는 초록별 지구가 건네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지구에 있을 때, 그 사람의 차림새는 보잘것없었습니다. 오히려 초라할 지경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늘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살았습니다. 그가 지구를 떠날 때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은 초라하진 않았지만, 화려하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의 눈물을 뒤로 한 채 지구를 떠난 그가 사흘째 되는 날 다시 지구에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 사람은 바로 ‘예수’입니다. 그는 지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단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말고도 ‘부활’한 사람이 무려 두 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우주를 창조한 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의 아들도 아니면서 부활한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여러분의 표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정말입니다. 부활한 사람이 두 명 더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의 이름은 ‘네흘류도프’이고요, 다른 한 사람은 ‘카츄사’입니다.

네흘류도프와 카츄사는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 ‘부활’의 주인공입니다. 네흘류도프는 이름난 귀족 집안 출신이고요, 카츄사는 내세울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난한 집안 출신입니다. 이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카츄사가 네흘류도프의 가정부로 일하게 되면서 이루어집니다. 부유한 귀족 출신인 데다가, 매력까지 철철 넘치는 네흘류도프가 어째서 보잘것없는 집안 출신의 카츄사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어때요, 여러분이 보기에는 이 두 사람의 앞날이 행복으로 가득할 것 같나요?

능력 만점, 매력 만점의 네흘류도프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처럼,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는 탐욕스럽고 비열한 짐승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참되고 올바르며 따뜻한 인간의 얼굴입니다. 두 얼굴의 사나이 네흘류도프는 처음에는 ‘짐승의 얼굴’로 나중에는 ‘인간의 얼굴’로 카츄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짐승의 얼굴을 지닌 사랑과, 인간의 얼굴을 지닌 사랑의 모습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요?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인간의 얼굴로 사랑하고 싶습니까, 짐승의 얼굴로 사랑하고 싶습니까?

짐승의 얼굴을 한 네흘류도프는 카츄사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 뒤, 곧바로 그녀를 버리고 떠납니다. 그가 떠난 뒤에 남은 것은, 오직 카츄사의 불행과 타락이었습니다. 카츄사는 아무도 모르게 네흘류도프의 아이를 낳지만,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되고, 그 후 그녀의 삶은 비참함으로 이루어진 끝없는 사슬에 묶이게 됩니다. 그녀는 결국 뭇 남성들에게 웃음을 파는 술집 작부가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비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가시덤불 속에서 살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살인 용의자’가 되고 맙니다. 그녀가 재판을 받는 날, 그녀의 죄를 논의하기 위해서 모인 배심원 속에는 한때 짐승의 얼굴로 그녀를 사랑하고 버렸던 사람, 네흘류도프가 있었습니다. 카츄사를 다시 만난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을까요?

네흘류도프가 보기에 카츄사는 무죄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네흘류도프를 포함한 다른 배심원들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서 그녀는 결국 유죄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 네흘류도프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네흘류도프가 깨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 결과 참되고 올바른 네흘류도프와 악하고 그릇된 네흘류도프가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고, 결국에는 참되고 따뜻한 네흘류도프가 이기게 됩니다. 마침내 네흘류도프는 ‘짐승 같은 인간’에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부활’하게 된 것이지요. 여러분, 네흘류도프가 인간다운 인간으로 부활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두 글자로 이루어진 낱말입니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그것’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좀 더 쉽게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도움말을 조금 드리도록 할게요.

“물과 공기는 자연의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땅 역시 자연의 것이다. 그런데 왜 ‘땅’은 인간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하는가?”

네흘류도프의 이 말 속에 ‘그것’이 숨어 있습니다. 어때요, 이제 좀 더 쉽게 ‘그것’을 찾을 수 있겠지요? 아니 그런데, 카츄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부활하게 되었을까요?

만약 여러분 중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죽지 않고도 부활하는 비법’이 숨어 있는,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 ‘부활’을 꼭 읽어 보기 바랍니다.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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