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대표에게 듣는다]열린우리 김근태 의장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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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5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에게 우리와 함께 하자고 호소도, 협박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5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에게 우리와 함께 하자고 호소도, 협박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25일 현 민주당 및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통합만으로는 대선 경쟁력이 없으며 다른 외부 세력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 이사 등을 거론하며 “상황이 심각하니 참여해 달라고 설득도 하고 싶고 협박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의장은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밝히고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장직 사퇴론에 대해 “당의 진로에 대해 건설적인 결론이 내려지는 과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내년 2월 전당대회 때까지 의장직을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10%를 밑돌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미움의 표적, 무관심의 표적이 됐다. 민심이 떠난 것을 인정하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정체성의 혼란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가 총선 후 안 한다고 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고 했다가 바꾸고, 당내 리더십도 발동이 안됐다. 원내 과반수 의석 확보는 지지도 있었지만 탄핵에 따른 정치적 반사이익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당이 제대로 보좌하거나 견인하지 못한 것 아닌가.

“당이 잘못하면 대통령에게 부담이고, 대통령이 잘못하면 당에 즉각 부담이 오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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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을 주창했는데….

“우리 시대 5∼10년의 비전은 평화와 번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공학적으로 절실하게 이야기하면 반(反)한나라당 전선으로 묶어야 한다. 여의도만의 정치 재편이 되면 희망이 없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 전 총리 등의 통합인가.

“문제는 그분들만 참여해서 대선에서 경쟁이 가능하느냐다.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권획득, 정권 재창출을 이뤄낸 지지층이 다시 자부심을 갖고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동기와 확신을 줘야 한다. 정치권이 반쯤 역할을 하고 시민사회나 전문 영역에서 양식있고 신망 있는 인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내 일부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최열 환경운동연합 고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거론하던데….

“그분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협박도 하고 싶다. 평화개혁세력의 근본적 위기인데 당신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부담을 함께 질 수 있는지 답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부담을 나눠 달라고 하는데 부끄럽다. 그러나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현실 정치 참여는 매우 리스키(위험)한 일이다. 국민에 곧 야심가로 규정될 가능성도 크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것은 있다.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해 김 의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해한다. 상황이 절박하고 다급하니까 그런 말을 하는데 열린우리당 잠재 주자들의 지지율이 보잘것없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무슨 임팩트(효과)가 있겠느냐.”

―내년 2월 전당대회는 어떤 식으로 치를 생각인가.

“당의 노선과 발전 방향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각자 몇 백자 이내의 의안을 제출하고 그것을 놓고 토론하고 표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걱정이 있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한다.”

―전직 국방장관 등이 회동한다고 한다. 21일 노 대통령의 ‘거들먹거리고’ 등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아쉬운 점을 종합해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직접 호소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이 시점에서 더욱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은 했다.”

―대통령은 김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을 장관에 기용한 게 ‘포용인사’라고 했다. 포용 차원에서 장관에 임명됐다고 보나. 노 대통령과 정적 관계라고 생각하나.

“(그 발언) 경청은 했다. (정적은) 대통령 후보가 된 뒤로는 아니지.”

―대통령이 왜 ‘포용인사를 했는데 욕만 먹었다’고 했다고 보나. 자신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통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잘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 의장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때 제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저출산고령화기본법을 제정했고 국민연금특위를 만들어 국민연금 개혁의 기초를 닦았다. 물론 부족하고 아쉬운 것도 많지만.”

―고 전 총리의 ‘가을햇볕정책론’에 대해 논쟁해 봐야겠다고 했는데….

“언론에 보도된 게 사실이라면 고 전 총리의 가을햇볕정책은 적절하지 않다. 채찍은 미국과 일본이 행사하면 된다. 유엔 제재는 존중한다. 그런데 가을햇볕정책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제재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인데 북한과의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없다.”

―내년 대선 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도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레일을 까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한데 그게 아직 안 깔리고 있다. 나는 단호하게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쪽이다.”

정리=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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